• 한겨레21 ·
  • 씨네21 ·
  • 이코노미인사이트 ·
  • 하니누리
표지이야기

비정규직을 ‘지키는 사람들’

436
등록 : 2002-11-27 00:00 수정 :

크게 작게

사진/ 한겨레 박영률 기자
“우리들의 공연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달려갑니다.”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극단 ‘함께사는세상’(대표 박연희)은 창단 이래 12년 세월을 ‘현장’에서 부대껴왔다. 교육·여성·장애우·노동자 문제 등 사회적 이슈들을 꾸준히 제기하며 현실과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이 극단은 올해도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무대에 올린다. 이를 위해 지난 2월부터 영세 사업장과 공장을 찾아다니며 여성 노동자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었다. 내부 워크숍 등을 통해 전문가들을 초청해 이론적 지식을 쌓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경북대에 갔을 때 청소부 아주머니가 노조를 만든 이야기가 가장 인상에 남습니다. 남자들보다 쉽게 잘리는 게 부당하다고 느낀 56살의 아줌마가 직접 노조를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단원 김혜림씨는 “나이도 많고 배움도 짧은 분이었는데 어디서 그런 지혜와 힘이 솟았는지 감탄스러웠다”고 말한다. 이들에게 연극은 세상 사람들을 만나는 ‘문’이기도 하다. 파업 중이던 금속공장에선 ‘위장폐업’ 신고를 한 사장에 맞서 밤새워 기계를 지킨 아주머니들과 이야기꽃을 피우다 정이 함빡 들어버리기도 했다.

‘함께사는세상’의 연극은 이렇게 모은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토론을 거쳐 공동창작을 통해 만든다. 이번 무대에 올리는 <지키는 사람들>은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불안한 삶과 이들의 투쟁을 3개의 마당에 담았다. ‘내일부터 안 나오셔도 된다’는 말 한마디에 일터를 떠나야 하는 처지를 그린 ‘하루살이’, 정규직과 비정규직 동료 사이 갈등을 그린 ‘외면’, 부당한 대우에 투쟁을 시작하는 ‘씨앗’이 독립된 형식으로 모자이크처럼 펼쳐진다. 빠른 장면 변화에 맞춰 배우 한 사람이 7가지 이상의 역할을 맡아 연기한다(12월4~8일 대구 스페이스 콩고드(옛 미문화원), 053-427-8251).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좋은 언론을 향한 동행,
한겨레를 후원해 주세요
한겨레는 독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취재하고 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