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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대선거부라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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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11-20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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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뒤집는 각 후보진영에 망가진 2002 정기국회…반부패·정치개혁법안 처리는 물건너갔다

사진/ 2002대선유권자연대 회원들의 국회 앞 시위. 시민단체의 '반부패 입법' 캠페인은 정치인들의 거짓말에 다시 무릎을 꿇고 말았다.(연합)
11월13일 오후 열린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결국 무산됐다. 이로써 2002년 정기국회는 사실상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나버렸다.

우여곡절 끝에 11월8일에야 겨우 구성한 정치개혁특위는 몇 차례 밀실회의를 진행했지만, 정치개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선거법·정치자금법 개정은 철저히 외면했다. 정치제도 개혁과 함께 국민적 요구라고 할 수 있는 부패청산을 위한 제도적 보완은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의원들의 도덕적 해이, 갈 데까지 갔다


사실 이번 국회는 파행의 정도가 너무 심해 과연 한 나라의 민의를 대변하고 입법을 다루는 국회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스러울 지경이다. 입법의 법적 효력을 부여하는 본회의 의결을 하면서 의결정족수도 채우지 못하고 불법 처리했다가 이를 재의결하는 해프닝까지 벌였다. 재의결하는 과정에서 옆 좌석 의원의 전자기표기를 대신 눌러 투표한 대리투표 사실이 밝혀져 국회의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갈 데까지 갔다는 원성을 사기도 했다. 국회 본회의장의 텅 빈 좌석을 보면서 ‘나라를 구하고 새 정치를 펴기 위해’ 이 당 저 당으로 옮겨다닌 ‘구국의 전사’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묻고 싶다.

2002년 11월, 여의도에는 국회와 국회의원이 없다. 오직 대권놀음과 철새 정치인만 난무한다. 대통령 선거를 한달여 앞둔 지금 대선후보와 각 정당의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걱정과 바람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 오직 대권 쟁취, 대선 이후 자신의 금배지를 유지할 수 있는 줄서기에 바쁠 따름이다. 언제 국민 눈치봐가며 정치를 했는가만은 지금의 정치판은 해도해도 너무 한다. 한나라당은 이미 대권을 손에 거머쥔 것처럼 행세하고 있다. 벌써부터 집권 가능성이 높은 한나라당으로 정치인들은 줄줄이 짐싸서 가기에 바쁘다. 민주당도 대권만을 염두에 둔 후보단일화 논의로 정기국회에 신경쓸 겨를이 없다. 이러다 보니 시민단체들이 요구하는 반부패·정치개혁 입법요구를 언제 찬찬히 읽어나 봤겠는가

시민단체들은 대선을 100여일 앞둔 지난 9월24일 2002 대선유권자연대를 결성했다. 경실련·참여연대·환경운동연합·YMCA 등 전국 399개 시민·사회단체들이 연대기구에 동참했다. 유권자연대는 대선이 유권자들과 유리된 채 정치인들만의 대권놀음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나온 것이다. 지역주의·돈선거·패거리정치를 물리치고 깨끗한 정치를 바라는 유권자를 결집해 정책으로 승부하는 대안적인 선거를 만들겠다는 것이 유권자연대 운동의 목적이다.

가장 먼저 착수한 일이 대선 전 반부패·정치개혁 입법을 완료하고 선거자금을 완전히 공개하라는 캠페인이었다. 선거만 끝나면 안면몰수하는 과거 정권의 행태를 보아왔기 때문이다. 이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대선 이전에 부패청산의 교두보를 마련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더 나아가 부패고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불법 선거자금 모금과 지출을 원천적으로 억제하고, 투명성을 강화해야 부패로 인한 정권의 몰락을 막을 수 있다는 절박함이 그 배경이었다.

그 공약을 어찌 믿으란 말인가

사진/ 지난 11월15일 16대 대통령 선거 정책과제를 발표하는 대선 유권자연대. 대선후보들의 입장을 검증해 유권자들에게 유용한 선택의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박승화 기자)
이를 위해 유권자연대는 반부패·정치개혁 입법을 위한 5대과제 8개법안을 마련해 국회에 청원했다. 또 이를 대선 전에 통과시킬 것을 요구하는 집중 캠페인도 벌였다. 5대과제 8개법안은 그동안 미뤄온 △검찰 등 사정기구의 개혁 △공직자 부패를 차단할 수 있는 공직자윤리법 △돈세탁방지법 △돈 안 드는 선거를 위한 선거법·정치자금법 개정 등이 주된 내용이다.

이런 요구사항을 정리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 후보 등 각 정당 후보와 면담을 하고, 선거 전에 가시적 조처를 촉구했다. 또 법사위를 중심으로 국회의원들에게 입법로비를 펼쳤다. 이런 와중에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10월17일 유권자연대의 지도부와 간담회를 하고, 국회에 상정된 관련법안을 조속히 처리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노무현 후보도 기자회견을 통해 반부패·정치개혁 입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자체 입법안을 만들어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각 후보의 소속정당 의원들은 어영부영 세월만 보내다 결국 이들의 약속을 거짓말로 만들어버리고 말았다. 11월 들어 유권자연대 소속 단체 회원들은 거의 날마다 항의집회를 열고 국회에서 몸싸움까지 했지만, 결국 정치권의 안하무인식 행태에 쓴맛을 보고 말았다. 각 후보 진영은 선거도 치르기 전부터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아들 김현철씨 사건으로 몰락하는 것을 지켜보며 부패척결과 친인척비리 엄단을 수십번 약속하며 집권했다. 하지만 빈껍데기 부패방지위원회 하나 달랑 만들어놓고 스스로의 약속을 뒤집더니, 결국 김영삼 대통령과 똑같이 자식들의 권력형 비리로 몰락해갔다. 대선을 치르기 전부터 약속을 뒤집는 정치권이 내놓는 ‘집권 뒤 장밋빛 공약’을 어떻게 믿으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장담하건대 만약 이대로 그 누가 집권하더라도 또다시 비리로 얼룩져 5년 뒤에 온전히 퇴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선거결과만 나오면 안면을 싹 바꾸고 검찰 등 권력기관을 수족처럼 부리며 권력유지에 나서는 것이 집권자들이다. 집권 뒤에 그런 수족을 잘라내는 것과 같은 검찰·사정기구 개혁에 나설 수 있겠는가 선거 때 들어가는 천문학적 자금의 출처를 밝히는 돈세탁방지제도·정치자금제도 개혁에 나설 수 있겠는가 현행 정치자금제도를 그대로 두고서는 정치부패의 사슬을 끊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민단체들이 대선 전에 어떻게든 반부패·정치개혁 입법안을 관철시키고자 한 것은 이런 정치권의 속성 때문이다. 유권자들의 요구가 그나마 통하는 것이 선거철이라지만 이마저 무시하는 정치권이 선거가 끝나고 유권자들의 눈치를 볼 리는 만무하다.

유권자의 힘을 보여주겠으나…

사진/ 대선 투표참여 촉구 거리캠페인. 잇단 개혁볍안 입법에 실패한 시민단체들은 대선 거부운동이라도 벌이고 싶은 심정이다. (김종수 기자)
얼마 전 유권자연대는 우리 사회에서 꼭 추진해야 할 3대 청산과제와 10대 정책과제, 그리고 100대 개혁과제를 발표했다. 이에 대한 대선후보들의 입장을 검증해 유권자들에게 유용한 선택의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이를 위해 지역주의와 돈선거를 배격하며 정책을 보고 후보를 선택하겠다는 100만명의 유권자를 조직하는 활동이 온·오프라인을 통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정치개혁과 정책선거를 지지하는 유권자의 힘을 실제로 보여주겠다는 것이 유권자연대의 캠페인 목표다. 그러나 “지키지도 않는 공약을 검증해서 무엇하겠는가”라는 유권자들의 회의가 터져나오는 마당에 이마저 부질없는 일은 아닐지 걱정이 앞선다. 이러다간 정책선거 캠페인이 아니라 정말 대선 거부운동이라도 벌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심정이다.

김민영/ 참여연대 시민감시국장· 2002대선유권자연대 정책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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