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 타잔’이 돌아온다
등록 : 2002-11-20 00:00 수정 :
그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22년 전인 지난 80년, 그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그의 이름은 박흥숙. 사람들은 그를 본래 이름보다 ‘무등산 타잔’이란 별명으로 더 잘 기억한다. 그는 무고한 사람을 무려 4명이나 죽였다. 사건은 1977년 4월20일로 거슬러올라간다. 무등산의 무당골 무허가 건물에 살던 그는 무당골을 철거하려는 광주 동구청 직원 4명을 흉기로 때려 숨지게 했다. 그의 나이 스무살 때다.
그는 왜 그런 짓을 했을까 초등학교밖에 나오지 못한 그는 13살 때 쇠파이프를 이용해 사제총을 만들 만큼 영리했으며 몸이 날쌔고 무술에도 능했다. 옛 의서를 익혀 사람들에게 의술을 폈으며, 법관이 돼 억울한 사람들을 위해 일하겠다며 고시공부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삶의 터전을 빼앗는 ‘철거’에 대한 울분을 억누르지 못하고 그는 그만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그를 구명하기 위한 운동이 대대적으로 번졌지만, 광주학살을 통해 집권한 전두환 정권은 그를 불귀의 객으로 만들었다.
무등산 타잔은 조세희씨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 나오는 난쟁이 아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계속되는 대도시의 팽창은 힘들여 삶의 터전을 일궈온 사람들을 지금도 도시에서 외곽으로 계속 밀어내고 있다. 서울은 또다시 개발의 격랑에 휩싸였다. 그런 때 (주)백상시네마가 ‘무등산 타잔’ 박흥숙씨의 이야기를 <형>이라는 이름의 영화로 만든다. 광주 출신
박우상 감독(사진)이 메가폰을 잡는다.
박 감독은 미국 위스콘신대학에서 영화연출을 전공하고 동양 감독으로는 일본 구로자와 아키라에 이어 두 번째로 할리우드에 진출해 그동안 6편의 액션영화를 연출했다. ‘휴먼액션’ 영화가 될 거라는 그의 설명대로라면 <형>은 무등산 타잔 사건에 초점을 맞춘 것은 아닌 듯하다. 박 감독은 “영화는 박씨를 주인공으로 했지만, 철저히 픽션이다. 그를 통해 70년대의 전라도를 이야기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