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이! 한국판 페리보고서
등록 : 2002-11-20 00:00 수정 :
북핵 문제가 불거지자 여러 해법을 논하는 세미나가 봇물 터지듯 열리고 있다.다들 전쟁은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간 잠잠하던 시민단체들도 평화운동 전열을 가다듬기 시작한다. 하지만 정작 소망하는 성과를 담보할 만한 똑 부러진 전술·전략이 눈에 띄지 않는다. 목소리만 높았지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엔진, 즉 논리나 방법론이 부재한 탓이다. 한반도 문제가 워낙 얽히고 설켜 있어 머리와 꼬리를 찾기조차 쉽지 않다는 게 이들 평화운동단체 실무자들의 하소연이다.
하지만 이제 이들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어도 좋을 듯하다. 박건영 가톨릭대 교수 등 진보성향의 학자 다섯명이 힘을 합쳐 한반도 위기극복과 평화정착의 방법론을 제시한 201쪽짜리 ‘한반도 평화보고서’를 처음으로 내놓았다. 한반도 문제의 본질부터 시작해 관련국들의 속셈, 정책대안들이 촘촘히 담겨 있다. 한반도 불안의 핵심인 북한과 미국 간 근본적인 적대관계를 푸는 로드맵 성격의 ‘한국판 페리보고서’인 셈이다. “머리만 쥐어짜서 나온 게 아닙니다. 그야말로 발로 뛰면서 가슴으로 썼습니다.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와 충고들을 놓치지 않고 보고서에 녹였습니다. 이런 노력 탓에 정치·종교·사회·문화·언론계 주요 인사 109명이 보고서가 제시한 대안들에 지지를 표명하는 서명을 해주었습니다.”
박 교수는 한반도 평화는 시민사회의 역할에 달려 있다고 본다. 정부 차원의 협력뿐 아니라 시민사회 차원의 국제적 연대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 땅에 뿌리박힌 지긋지긋한 냉전 잔재를 쓸어내려면 특히 권위 있는 평화운동단체들이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게 그의 믿음이다. 그는 “한반도 문제를 푸는 데 있어 순수한 한반도인 시각으로 해법을 제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보고서가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앞장서고 있는 국내외 시민운동단체들이 한반도 문제의 본질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올바른 운동방향을 찾는 데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을출 기자
ch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