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복지의 베트남 인력양성 지원 10년… 양국 대학생 교류 창구로 기술학교 활용
대학생 이호영씨는 한달 동안 아주 특별한 노동을 했다. 잠시 학업을 중단하고 안산공단의 스테인리스 강판공장에서 ‘노가다’를 한 것이다. 오로지 베트남에 가기 위해서였다. 그는 지난 1월에 영남대 해외자원봉사단으로 호치민 인근 투덕에 있는 한·베 정해기술학교에서 20여일을 보냈다. 당시 그는 감동의 순간을 잊지 않고 다시 학교를 찾겠다고 다짐했다. 이씨는 서로에 대한 믿음을 간직하려는 마음으로 인연을 맺은 컴퓨터학과 학생들의 졸업식에 참석했다.
5기 졸업생 배출 베트남 정부에 이양
한·베 정해기술학교는 사단법인 정해복지(이사장 이충범 변호사)가 설립한 직업훈련원이다. 한·베 수교가 이뤄지기 이전인 1991년부터 설립이 추진돼 이번에 5기 졸업생(컴퓨터학과는 4기)을 배출했다. 초창기에는 베트남 한인 2세인 ‘라이 따이한’에 대한 지원을 꾀했다. 하지만 이미 성년기에 접어든 라이 따이한을 학교로 불러모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베트남 저소득층 불우청소년·장애인 등에게 기술 습득 기회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시설로 자리잡았다. 지금까지 기계공작과·자동차정비과·컴퓨터학과 등에서 5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지난 11월7일 열린 졸업식은 정해기술학교가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는 자리였다. 그동안 학교 설립에서 운영에 이르기까지 총괄적으로 지원한 정해복지가 공식적인 관계를 마감하고 후원자로 물러서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베 수교 10주년 기념으로 한국변론학술연구회가 마련한 ‘베·한 친선 나의 주장 발표대회’가 열려 우리나라의 초·중고생 9명이 주제 발표를 하기도 했다. ‘서로 손잡고 희망의 길로’라는 주제로 발표한 김민중군(성남 풍생고)은 “‘월남패망’, ‘고엽제’ 등만을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베트남이 친구의 나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정해복지는 10여년 동안 기숙사 신축, 실습기자재 지원, 시설 개보수 등을 떠맡아오다시피 했다. 베트남 정부는 ‘과거의 문을 닫고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는 취지에서 정해기술학교를 통한 민간교류에 힘을 실어주었다. 이충범 정해복지 이사장은 “한국과 베트남을 잇는 의미 있는 다리를 놓았다고 생각한다. 오래된 선반과 컴퓨터 기종을 바꿔야 하는 등 아직 충분한 시설을 갖추지 못한 게 사실이다. 공식적인 운영은 베트남 정부가 맡아도 지금까지의 관심과 애정이 식지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정해기술학교는 대학생 문화교류 창구로 활용되기도 한다. 한국의 대학생들이 2년 전부터 방학 때마다 해외봉사단으로 참여해 서로 우정을 쌓고 있다. 한국의 대학생들은 정해기술학교에서 숙식을 함께하며 건물 벽화 그리기·탈춤·한지공예 등을 가르쳐주고 있다. 이들의 활동은 베트남 학생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컴퓨터학과를 졸업한 리티 비 황은 대학생 봉사단과의 만남을 가장 소중한 기억으로 꼽았다. 정해기술학교가 국제교류를 통한 인력 배출의 첫 단추를 꿴 뒤 다른 나라에서도 잇따라 참여하고 있다. 베트남 싱가포르 기술훈련센터가 지난 1999년에 빈즈엉성에 설립돼 전기장치·정밀기계 등 4개 훈련과정을 개설했고, 말레이시아와 이탈리아의 기업은 CAD/CAM 실험실을 지원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한·베 기술학교를 모델로 전국 5개 지역에 기술훈련원을 설립하는 방안을 베트남 정부에 제안한 상태다. 베트남 관계부처 간 협의를 마치는 대로 정부 출연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으로 예산을 지원할 방침이다. 한국은 베트남의 공업화·현대화를 위한 ‘동반자’로 확고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 8월 말까지 베트남의 외국인 직접투자 실적에서 한국은 78건에 1억5천만달러로 대만에 이어 2위에 올랐다. 한국통신이 초고속 인터넷 시장에 뛰어들었고, SK와 한국석유공사는 페트로베트남과 함께 유전개발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처럼 한국과 베트남이 경제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한 데는 민간 차원의 교류가 든든한 버팀목으로 기여한 게 사실이다. 정해복지는 베트남에서의 경험을 몽골로 이어가 울란바토르에 ‘몽골 아이티(IT) 교육센터’를 내년 1월에 설립할 예정이다. 호치민=글·사진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사진/ 이충범 정해복지 이사장이 컴퓨터학과 졸업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기술학교 학생들이 자동차 정비를 하고 있다. 기술학교 졸업식장을 찾은 이호영씨(왼쪽부터)
지난 11월7일 열린 졸업식은 정해기술학교가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는 자리였다. 그동안 학교 설립에서 운영에 이르기까지 총괄적으로 지원한 정해복지가 공식적인 관계를 마감하고 후원자로 물러서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베 수교 10주년 기념으로 한국변론학술연구회가 마련한 ‘베·한 친선 나의 주장 발표대회’가 열려 우리나라의 초·중고생 9명이 주제 발표를 하기도 했다. ‘서로 손잡고 희망의 길로’라는 주제로 발표한 김민중군(성남 풍생고)은 “‘월남패망’, ‘고엽제’ 등만을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베트남이 친구의 나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정해복지는 10여년 동안 기숙사 신축, 실습기자재 지원, 시설 개보수 등을 떠맡아오다시피 했다. 베트남 정부는 ‘과거의 문을 닫고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는 취지에서 정해기술학교를 통한 민간교류에 힘을 실어주었다. 이충범 정해복지 이사장은 “한국과 베트남을 잇는 의미 있는 다리를 놓았다고 생각한다. 오래된 선반과 컴퓨터 기종을 바꿔야 하는 등 아직 충분한 시설을 갖추지 못한 게 사실이다. 공식적인 운영은 베트남 정부가 맡아도 지금까지의 관심과 애정이 식지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정해기술학교는 대학생 문화교류 창구로 활용되기도 한다. 한국의 대학생들이 2년 전부터 방학 때마다 해외봉사단으로 참여해 서로 우정을 쌓고 있다. 한국의 대학생들은 정해기술학교에서 숙식을 함께하며 건물 벽화 그리기·탈춤·한지공예 등을 가르쳐주고 있다. 이들의 활동은 베트남 학생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컴퓨터학과를 졸업한 리티 비 황은 대학생 봉사단과의 만남을 가장 소중한 기억으로 꼽았다. 정해기술학교가 국제교류를 통한 인력 배출의 첫 단추를 꿴 뒤 다른 나라에서도 잇따라 참여하고 있다. 베트남 싱가포르 기술훈련센터가 지난 1999년에 빈즈엉성에 설립돼 전기장치·정밀기계 등 4개 훈련과정을 개설했고, 말레이시아와 이탈리아의 기업은 CAD/CAM 실험실을 지원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한·베 기술학교를 모델로 전국 5개 지역에 기술훈련원을 설립하는 방안을 베트남 정부에 제안한 상태다. 베트남 관계부처 간 협의를 마치는 대로 정부 출연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으로 예산을 지원할 방침이다. 한국은 베트남의 공업화·현대화를 위한 ‘동반자’로 확고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 8월 말까지 베트남의 외국인 직접투자 실적에서 한국은 78건에 1억5천만달러로 대만에 이어 2위에 올랐다. 한국통신이 초고속 인터넷 시장에 뛰어들었고, SK와 한국석유공사는 페트로베트남과 함께 유전개발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처럼 한국과 베트남이 경제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한 데는 민간 차원의 교류가 든든한 버팀목으로 기여한 게 사실이다. 정해복지는 베트남에서의 경험을 몽골로 이어가 울란바토르에 ‘몽골 아이티(IT) 교육센터’를 내년 1월에 설립할 예정이다. 호치민=글·사진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