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홍세화ㅣ한겨레 기획위원.(한겨레 강창광 기자)
교육현장의 목소리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교장이라면 수많은 교사들이 왜 평생 평교사로 남겠노라고 선언하는지에 대한 까닭을 규명하기 위해 나서야 할 텐데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실상 그 선언은 참신한 게 아니라 비극적인 것이다. 어느 교사가 교감, 교장이 되기를 꺼리겠는가 그러나 교장들은 그런 선언이 나온 정황에 대해서는 짐짓 모른 척한다. 대부분의 교장들이 보여준 모습에서는 교육철학을 찾을 수 없고, 학생들과 교사들의 처지에는 별 관심이 없는 대신 자신들의 처우를 위해서는 집단이기주의까지 드러내고 있다. 한국의 교장집단에 대해 이해하기 어려운 나의 의문은, 교사들 가운데 누가 교장이 되는가를 알면서부터 조금은 풀렸다. 교장과 교육청의 입김에 의해 거의 결정되다시피 하는 교감·교장 자격증제가 교사들에게 기존의 교감·교장에게 충성하고 무사안일주의·보신주의에 매몰되도록 작용하는 것이다. 교감·교장 승진을 둘러싼 근무평가 관련 비리가 비일비재한 것은 당연한 결과고, 30대 교사 때부터 벌이는 승진 각축전으로 학교현장이 황폐화되는 것 또한 불보듯 뻔한 일이다. 교사들의 숨통을 조이는 교감·교장 자격증제가 학생들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물론이고 교사들 사이에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을 낳는다. ‘평생 평교사 선언’은 ‘승진이냐 아이들이냐’의 기로에 선 교사들의 양심선언이었다. 부패하고 수구적인 교육 관료들이 자격증제를 통해 교원들 사이에 위화감을 조성해 관리와 통제를 수월히 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교육부의 마름? 이 구조를 뚫고 승진한 교장은 학교에서 봉건시대의 영주처럼 군림한다. 교장은 학교에서는 교장-교감-부실장-평교사-학생의 피라미드 구조의 최상층에 자리잡지만, 교육부와 교육청에는 마름 구실을 충실히 한다. 학교현장에서 분출되는 목소리를 교육부에 전달해 교육정책의 개선을 도모하는 게 아니라 관료주의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중앙(교육부)의 지침을 일방적으로 하달하는 일에 만족해한다. 각 학교에서 교장이 누리는 1인 지배체제는 교육부(청)에 대한 그들의 마름 행위와 동전의 양면을 이루며 관철된다. 이 같은 권위주의적 구조에 갇힌 학교에서 참교육을 실현하거나 학생들에게 민주적인 시민의식을 함양케 한다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 격이다. 학교 환경 자체가 비민주적이고 위선적이며 정당성 없는 권위에 바탕을 두고 있지 않은가. 이제 사회 일각에서나마 교장선출보직제를 주장하게 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교육부(청)의 관료주의에 편승하거나 거기에 매몰된 교장에 의해 비민주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는 학교를 해방시키려면 교장을 교사들이 선출해야 한다. 교장이 교사들의 신임을 얻어 선출됐을 때, 현장의 다양한 요구를 교육부(청)에 거침없이 전달하는 진정한 의미의 학교(현장)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