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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음지의 침술에 햇볕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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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0-07-25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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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뜸을 이용하면 저렴한 값에 건강을 관리할 수 있죠. 침·뜸을 생활화하기 위해 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원황철(47·대한침구학회 학술위원장)씨가 매주 토요일 시민사회교육원(02-762-6404)에서 무료로 침·뜸 치료를 하는 이유다. 하루에 30명 가까이 치료하자면 쉴 틈이 없다. 시민단체 활동가와 회원들이 주로 찾지만 소문을 듣고 찾아온 일반 시민들도 많다.

원씨는 누구나 쉽게 생활침을 배울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침법’에 한에서다. ‘침술’은 다르다. 그는 이를 요리에 비유해 설명한다.

“침법은 요리책을 보고 요리하는 것이죠. 이러저러한 경우에는 어느 경혈에 침을 놓는다는 식입니다. 그러나 책만 보고 요리가 제대로 될 리 없죠. 침술은 수년간 쌓인 경험과 직감, 자질, 바로 그런 것들입니다.” 그는 “전문가 집단이 오히려 일반인들이 침·뜸을 접하는 기회를 막고 있다”고 지적한다.

원씨는 대학에서 식물재배학을 전공했다. ‘우리 것을 찾자’며 민속문화에 관심을 쏟게 되면서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춤과 노래 등의 기능보유자는 무형문화재로 지정되기도 하지만 침술을 가진 분들은 소외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알음알음 사람을 찾아 탈춤을 이수받듯 침술을 배우러 다녔습니다.” 그는 10여명을 직접 찾아가 침술을 배웠다.

원씨는 요즘 삼우동서의학연구소에서 서양의학을 전공한 의사들과 함께 연구활동을 벌이고 있다. 오히려 서양의들이 더 관심이 많다고 한다. 그는 젊은 한의대 학생들한테 희망을 건다. “우리 침술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음지에서 명맥을 이어온 침술을 깊이 연구해 발전시켜야 합니다.”

황상철 기자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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