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이들’에 사로잡힌 남자
등록 : 2002-11-06 00:00 수정 :
“내가 철이 덜 든 건지 그 아이들이 어른스러운 건지…. 더 철들기 전에 이 영화를 찍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고 있다.”
강박관념이라기보다 고집스러운 신념이다. <경인방송> PD로 있던 지난 99년,
최병화씨는 경남 합천의 대안학교인 원경고교에서 1년 가까이 머물며 다큐멘터리 2부작 <바람의 아이들>을 만들었다. 그때부터 그는 ‘그 아이들’에게 죽 사로잡혀 지내왔다. 그 학교에서 겪은 것들을 토대로 책으로 썼고, ‘남몰래’ 영화를 준비해왔다. 이 일에 전념하기 위해 방송사도 그만뒀다. <꽃 따러 왔단다>라는 제목의 시나리오는 지금도 고치며 공을 들이고 있다. 늦어도 내년에는 촬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그 사이 11월 중 문화방송에서 방영할 디지털 고화질(HD) 특집극 <안녕 내 청춘!>을 만들었다.
“이 작품의 주인공 역시 기존 교육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하고 대안학교인 특성화 고교에 다니는 소년·소녀들이다.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해나가는 성장기 드라마다. <고양이를 부탁해>의 옥지영을 비롯해 요즘 잘나가는 이원종씨가 체육교사로 출연하며 한달 동안 합천·마산·남해를 오가며 촬영했다.”
준비 중인 영화 역시 대안학교가 배경이다. “모두가 공감할수 있는 씩씩한 성장영화”로 드라마를 뛰어넘는 또 다른 감동을 담고 있다고 자신한다.
“지난 4년 동안 아이들의 관심권에서 멀어진 적이 없었다. 아이들도 변했고 나도 변했지만 그들이나 나나 세상으로부터 상처받고 사는 모습은 똑같더라. 내 고민을 그 아이들이 하고 있고 그 아이들 고민을 내가 하고 있더라. 어떻게 사랑하고 어떻게 살아가는가 하는 문제에서 우린 모두 한통속이고, 그래서 겁나지 않다.”
생계문제도 뒷전으로 미루고, “너무 먼길을 돌아오느라” 이따금 지치긴 하지만 두렵지 않은 까닭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그 아이들과의 소통에 있었다.
이성욱 기자
lewoo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