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독수리’비행성공의 주역
등록 : 2002-11-06 00:00 수정 :
지난달 30일 국내 최초의 초음속 항공기인 T-50 고등훈련기가 시험 비행을 마치고 활주로에 안착했다. 이를 지켜보던 공군 항공사업단 T-50 개발관리과장
이희우 대령은 문득 20년 전 일이 떠올랐다. 당시 그는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전투조종사로 근무하고 있었다.
“전투기가 서양인 체형에 맞춰 설계돼서 우리 조종사들이 다루기 불편한 점이 있었다. 가령 조종석에 앉아 다리를 뻗어도 아래쪽 기계장치에 발이 닿지 않는다거나 키가 작은 조종사는 방석을 깔고 앉아야 했다.”
그는 자연스럽게 한국형 전투기 개발이란 꿈을 품었고 80년 중반 미국 유학을 떠나 항공공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따고 91년부터 항공기 개발에 참여했다. T-50 개발이 본격화되던 97년 11월 국제통화기금(IMF) 사태가 터져 사업이 중단될 뻔했다. 우여곡절 끝에 사업이 정상화됐으나 시간과의 전쟁을 벌여야 했다. 하루 평균 10억원가량 사용하는 사업이다 보니 일정을 하루라도 늦출 수 없었다. 모두가 새벽 1시까지 일하고 다시 그날 아침 7시에 출근했다. 5년간의 이런 강행군 동안 졸도해서 쓰러지는 연구원들이 속출했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전우의 시체를 넘고 가야 한다는 정신으로 오직 전진만을 생각했다.”
또 이 대령은 어린이들에게 비행기에 관한 관심과 과학적 사고를 심어주기 위해 종이비행기 관련 책을 3권 냈고, 짬을 내어 과학 행사에 참여해 종이비행기 강연을 하기도 한다.
T-50의 별칭은 ‘골든 이글’(검독수리)이다. 검독수리는 독수리과에서 유일하게 살아 있는 동물을 사냥한다. T-50의 비행 성공으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12번째로 초음속 항공기를 개발한 국가가 됐다. 항공전문가들은 초음속항공기인 T-50 고등훈련기 개발로 2015년을 목표로 한 한국형 첨단전투기 개발 계획에 파란 불이 켜졌다고 말한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