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대가 함께 ‘천년 소리’
등록 : 2002-10-30 00:00 수정 :
“조부님 산소에 아이구나, 화상이 비춰서/ 우리나 삼동서가 잠뱅이 난봉이 났구나./ 닐닐닐닐 에라구 절싸 말말어라/ 서서섬아 정줘서 애개개 날 살려라.”
경기민요 명창
김금숙(54·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57호 준보유자)씨가 장구를 잡자 딸 송은주(33)씨가 손바닥 장단을 맞췄다. 네살배기 손녀 정유리도 앳된 목소리로 노래를 시작했다. <삼부자타령> 첫 대목이 구성지게 울려퍼졌다.
김씨는 11월4일 오후 7시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천년소리’라는 주제로 딸·손녀와 함께 공연한다. 어머니의 길을 물려받은 딸과 또 그 어머니를 따라 저절로 민요 구절을 흥얼거리는 손녀가 한 무대에 서는 것이다. 이처럼 삼대가 한 무대에 오르는 것은 국악계에서 처음 있는 ‘경사’라고 한다.
김씨는 13살때 전파사에서 흘러나온 민요에 매료돼 신명을 다해 소리를 배웠으나 직업 소리꾼의 길이 얼마나 얼마나 험난한지를 알게 되자 마음을 접고 시집을 갔다. 그러나 결혼한 지 3년째가 되자 소리에 대한 열정이 다시 타올랐다. 남편도 시부모도 말릴 수 없었다. 20대 중반부터 다시 소리를 시작한 이래 김씨는 경기민요 보급과 후학 양성에 힘을 쏟아왔다. 어머니 덕에 자연스레 소리를 접한 딸 송씨는 현재 단국대 대학원에서 ‘서울의 긴소리 연구’라는 주제로 석사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100년 동안 불린 경기 잡가들의 변화를 기록하고 비교 연구하는 일이다.
“어릴 땐 소리는 ‘기생이나 하는 거다’라는 편견 때문에 어머니를 자랑스러워하면서도 내심 부끄럽게 여겼어요. 그래서 학교 가정생활기록부에 늘 어머니 직업으로 ‘가정주부’라고 썼죠. 하지만 저 역시 국악인의 길을 가게 됐고, 이제는 경기민요를 지키고 가꿔야 한다는 사명감이 들어요.” 송씨는 “앞으로 유리가 자라 성량을 좀더 키우고 어머니와 저는 고음을 유지해 셋이서 노래를 함께 부르는 무대를 다시 마련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공연문의 02-966-8152).
이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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