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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의문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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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10-30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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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겨레 이정용 기자)
이익치씨는 외환위기 이후 침체를 거듭하던 증권시장에서 ‘바이코리아 돌풍’을 일으킨 인물입니다. 지난 99년 현대증권 회장이던 그는 주가지수가 3년 안에 2000, 6년 안에 6000까지 오를 것이라며 “주식 사서 돈 벌고 경제도 살리자”고 외쳐 펀드로 돈이 밀물처럼 몰려들게 했습니다.

증시로 돈이 들어오면 돈의 생산성이 높아져 기업도 경쟁력이 높아지고 투자자들도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이론이었습니다. 순환논리에 가까운 설법이지만 그가 1주일에 두번씩 현대증권 지점에서 한 투자설명회는 장사진을 이뤘습니다.

그는 대선을 불과 50여일 앞두고, 정몽준 후보가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에 관련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해 다시 ‘주풍’(株風)을 일으켰습니다.

이씨는 현대전자 주가조작을 주도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사건의 핵심입니다. 뿐만 아니라 현대가의 가신 경영인 출신이라는 점에서 충격적입니다. 추진력이 대단해 불도저로 불린 그는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뜻을 30여년간 한번도 거스른 적 없다고 합니다.

이씨가 현대전자 주가조작과 관련해 새로 제시한 물증은 없습니다. 그동안 그는 현대중공업 돈 1880억원을 동원해 현대전자의 주가를 끌어올린 것은 주가조작이 아니라 주가관리라고 주장해왔습니다. 또 재판과정에서 자기 윗선은 무관하다고 잡아뗀 그가 대선을 코앞에 두고 말을 바꿔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습니다.

정몽준 후보쪽은 이씨의 발언이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고 반박합니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격이니 격앙되고 정치적 배후가 의심된다고 반격할 만합니다.

그렇지만 의도가 어떻든 이씨의 발언이 예사롭지 않은 것은, 문제제기가 정 후보에 대한 시중의 의문에 공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재벌기업들에게는 예외 없이 오너지배·변칙회계·노조탄압·편법상속 등의 이력이 있습니다. 정 후보는 재벌계열 대기업 소유주입니다. 재벌기업 일반의 문제에서 정 후보만큼은 자유롭다고 믿기는 어렵습니다.


정 후보는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 외에 현대중공업 노조 테러사건을 정말 몰랐는가 의심받고 있으며, 천억원대의 재산형성 과정도 궁금한 부분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는 이런 사안들에 대해 상식적으로 납득될 만큼 명확한 설명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익치씨 때문이 아니라 의문을 갖고 있는 국민을 위해 소상히 밝혀야 할 것입니다. 그가 말하는 새 정치의 출발점입니다.

한겨레21 편집장 정영무 yo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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