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공 지킴이 장세동씨 대선출마 선언…공과 반성 끝냈다며 국민 심판의 장으로
총선 때마다 국회의원 출마설이 나돌던 ‘의리의 돌쇠’ 장세동씨가 몇 계단을 업그레이드해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섰다. 10월21일 그의 대선출마 기자회견장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 메트로홀엔 ‘가자, 으뜸의 나라로 장세동과 함께’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200명 남짓 모인 사람들은 대부분 군인시절 그의 동료들이거나 고향과 학교의 선후배들이었지만, 그와 직접 인연이 없는 ‘순수 지지자’들도 일부 눈에 띄었다. 장씨가 큰 눈망울을 반짝이며 보무도 당당하게 들어서자 요란한 박수소리가 터져나왔다. 한손을 번쩍 치켜들며 여유를 과시하는 그의 표정은 진지했지만 취재차 나온 방송사의 한 기자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역대 대통령 경륜 바탕해 국민 결집”
그는 거창한 얘기들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국민의 마음을 위로해드리고 희망을 만들어 국민이 편안하게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분연히 출마를 결심했다”는 게 그가 밝힌 출마 동기다. 지역과 이념, 세대의 갈등을 얘기했고, 용서와 화합을 말했다. 낡은 정치를 청산하고 국가 경쟁력을 높이며 서민의 편에 서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방법론에 대해선 딱 한 가지를 제시했다. “일정기간의 역사를 책임져온 ‘살아 있는 역사’인 역대 대통령들의 경륜을 바탕으로 국민의 역량을 결집하겠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살아 있는 역사’가 전두환 전 대통령을 뜻하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그는 “모든 역대 대통령”이라고 비켜갔다. 그러나 정작 그가 신처럼 떠받들어온 전두환 전 대통령은 그의 대선출마에 대해 크게 화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장씨는 “그분께 결례를 드리고 이 자리에 섰다. 앞으로 내가 잘하면 더 정중하게 모실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뵈올 면목이 없다”고 말해 전 전 대통령과 출마를 둘러싼 갈등이 있음을 내비쳤다. 그는 대통령에 출마할 자격에 대해 “공직을 떠난 15년 동안 그동안의 공과를 반성했고, 잘못된 점은 회개도 했다. 자격 유무는 국민이 결정할 것”이라고 넘겼다. ‘수지김 간첩조작사건’에 대해서도 회개했느냐는 질문엔 “부인을 살해한 윤태식한테 안기부가 속았다. 당시 안기부장으로서 범인을 검찰에 송치하지 못한 잘못이 내게 있다. 유가족에게 직접 유감을 전하지는 못했지만 간접적으로는 유감을 표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분단이 원인이지만 어떤 개인과 조직을 위해 한 일은 아니었다. 부하가 잘못하고 조직이 잘못했더라도 결국 부서장인 내 책임”이라고 덧붙였다. 언뜻 보면 부하와 조직의 잘못까지 떠안으려는 희생적 자세로 보인다. 그러나 거꾸로 뻔뻔하고 무책임한 속임수일 수도 있다. 지난해 검찰수사 결과를 보면 장씨는 지난 87년 수지김 간첩사건을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그는 당시 “윤태식의 주장이 석연치 않다. 기자회견을 보류하는 것이 좋겠다”는 현지의 보고를 받고도 기자회견 강행지시를 내렸다. 그는 모든 책임을 통감한다며 의리를 과시하면 그만이다. 6개 시민단체가 그를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지만 형사소송법상 직권남용죄의 공소시효가 이미 지난 터였기 때문이다. 직권남용 공소시효 소멸… 의견 분분 올해 그의 나이 66살. 5공 시절 안기부장·경호실장으로 세상을 쥐락펴락했지만 일해재단, 용팔이사건, 12·12사건, 비자금사건과 관련해 4차례나 감옥을 드나든 그에게 아직 할 얘기가 많은가 보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그의 출마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한 네티즌은 “의리의 돌쇠가 나서서 철새 정치인들을 단죄해달라”고 주문했다. 그의 홈페이지엔 “이민가고 싶다”는 개탄이 많지만 “당선돼 질서를 바로잡아달라”는 격려의 글도 있다. 우리 사회가 그의 대선출마를 수용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해지고 성숙해졌다고 보면 굳이 이민갈 것까지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사진/ "전두환 전 대통령께는 결례를 드리고 이 자리에 섰다." 정세동씨가 대선출마 기자회견장에서 참석한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방법론에 대해선 딱 한 가지를 제시했다. “일정기간의 역사를 책임져온 ‘살아 있는 역사’인 역대 대통령들의 경륜을 바탕으로 국민의 역량을 결집하겠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살아 있는 역사’가 전두환 전 대통령을 뜻하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그는 “모든 역대 대통령”이라고 비켜갔다. 그러나 정작 그가 신처럼 떠받들어온 전두환 전 대통령은 그의 대선출마에 대해 크게 화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장씨는 “그분께 결례를 드리고 이 자리에 섰다. 앞으로 내가 잘하면 더 정중하게 모실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뵈올 면목이 없다”고 말해 전 전 대통령과 출마를 둘러싼 갈등이 있음을 내비쳤다. 그는 대통령에 출마할 자격에 대해 “공직을 떠난 15년 동안 그동안의 공과를 반성했고, 잘못된 점은 회개도 했다. 자격 유무는 국민이 결정할 것”이라고 넘겼다. ‘수지김 간첩조작사건’에 대해서도 회개했느냐는 질문엔 “부인을 살해한 윤태식한테 안기부가 속았다. 당시 안기부장으로서 범인을 검찰에 송치하지 못한 잘못이 내게 있다. 유가족에게 직접 유감을 전하지는 못했지만 간접적으로는 유감을 표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분단이 원인이지만 어떤 개인과 조직을 위해 한 일은 아니었다. 부하가 잘못하고 조직이 잘못했더라도 결국 부서장인 내 책임”이라고 덧붙였다. 언뜻 보면 부하와 조직의 잘못까지 떠안으려는 희생적 자세로 보인다. 그러나 거꾸로 뻔뻔하고 무책임한 속임수일 수도 있다. 지난해 검찰수사 결과를 보면 장씨는 지난 87년 수지김 간첩사건을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그는 당시 “윤태식의 주장이 석연치 않다. 기자회견을 보류하는 것이 좋겠다”는 현지의 보고를 받고도 기자회견 강행지시를 내렸다. 그는 모든 책임을 통감한다며 의리를 과시하면 그만이다. 6개 시민단체가 그를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지만 형사소송법상 직권남용죄의 공소시효가 이미 지난 터였기 때문이다. 직권남용 공소시효 소멸… 의견 분분 올해 그의 나이 66살. 5공 시절 안기부장·경호실장으로 세상을 쥐락펴락했지만 일해재단, 용팔이사건, 12·12사건, 비자금사건과 관련해 4차례나 감옥을 드나든 그에게 아직 할 얘기가 많은가 보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그의 출마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한 네티즌은 “의리의 돌쇠가 나서서 철새 정치인들을 단죄해달라”고 주문했다. 그의 홈페이지엔 “이민가고 싶다”는 개탄이 많지만 “당선돼 질서를 바로잡아달라”는 격려의 글도 있다. 우리 사회가 그의 대선출마를 수용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해지고 성숙해졌다고 보면 굳이 이민갈 것까지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