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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컴퓨터와 피말리게 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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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10-23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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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GAMMA)
인간과 슈퍼컴퓨터의 ‘두뇌게임’이 무승부로 끝났다.

체스 세계 챔피언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크람니크(27)는 지난 10월19일 바레인 마나마에서 열린 슈퍼컴퓨터 ‘딥 프리츠’와의 마지막 8차전에서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6일 시작된 대결은 2승 2패 4무로 결국 ‘장군 멍군’으로 끝났다. 관심이 집중된 8차전에서 크람니크는 슈퍼컴퓨터의 수비망을 뚫지 못해 지금까지의 대결에서 가장 짧은 21수 만에 비기고 말았다. 그는 경기가 끝난 뒤 “완전히 녹초가 됐다”며 피로를 호소했다.

애초 크람니크는 대결 초반에 2승 1무로 앞서 나가 인간의 승리를 예고했으나 컴퓨터가 후반에 기세를 올려 전세가 뒤바뀌었다. 그는 컴퓨터와의 대결은 사람과의 대결과 사뭇 달랐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크람니크는 “컴퓨터와 맞서면 한번만 삐긋해도 그것으로 끝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사람과 달리 도저히 논리를 읽어낼 수가 없다. 사람과 겨루면 느낌으로 그가 어떤 수를 둘지 알 수 있는데 말이다”라고 말했다. 크람니크는 2000년에 스승인 게리 카스파로프를 누르고 세계 챔피언이 됐다. 그와 대결한 딥 프리츠는 독일이 만든 슈퍼컴퓨터로, 1초에 체스 말의 위치를 300만번 분석할 수 있는 성능을 갖췄다.

이번의 무승부로 크람니크는 1997년에 스승 카스파로프가 컴퓨터에게 진 것에 대한 설욕전을 다음으로 미룰 수밖에 없게 됐다. 당시 카스파로프는 미국 IBM에서 만든 ‘딥 블루’에게 무릎을 꿇었다. 한편 크람니크는 이번 무승부로 바레인의 하마드 국왕이 주는 상금 80만달러(약 10억원)를 받았다.

정재권 기자/ 한겨레 국제부 jj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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