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공짜로 안 주는 옷 나눔가게
등록 : 2002-10-23 00:00 수정 :
사람의 생활에 가장 필수적인 세 가지를 ‘의식주’라고 했다. 입을 것이 먹을 것, 잠자리보다 더 앞에 놓인 까닭은 단순히 발음상의 편안함 때문일까 노숙인다시서기지원센터 상담원
김지선(36)씨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을 대할 때 자존심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것은 옷차림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서울역 상담소 상담원인 김씨는 지원센터가 운영하는 ‘‘다시 쓰고 바꿔 쓰는 나눔가게’의 점원이기도 하다. 지난 9월25일 문을 연 이 가게는 서울 서부역 왼쪽 소화물취급소 앞 노란 컨테이너 안에 있다. 목적은 노숙인들에게 옷과 신발 등 입을거리를 싸게 파는 것이다. 양말 200원, 신발 300원, 중고 바지 500원, 중고 점퍼 1천원, 새 점퍼는 2천원이다.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후 2시부터 2시간 동안 여는 나눔가게에서는 새 것도 팔지만, 중고 물품을 바꿔주고, 무료로 세탁도 해준다.
“노숙인들도 대인관계를 중시하기 때문에 입을 것에 신경을 많이 써요. 하지만 노숙인들에게 무료로 급식을 제공하는 곳은 많아도, 입을 것 문제를 도와주는 곳은 그리 많지 않아요. 그래서 나눔가게를 열었죠. 노숙인들이 손님의 자격으로 마음에 드는 옷과 신발을 직접 고를 수 있다는 게 무료로 나눠주는 곳과 다른 점이죠.”
그래서 나눔가게는 절대 공짜로 옷을 주지 않는다. 돈을 내고 사야 내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는 생각에서다. 문을 연 지 한달 정도 된 요즘, 나눔가게를 찾는 노숙인은 하루 약 30명 이나 된다. 물품은 여기저기서 지원받아 그다지 부족함이 없지만, 맡긴 옷에 대한 세탁은 김씨를 비롯한 서울역 상담소 실무자 3명이 직접 담당한다.
시민단체 등에서 일하다 지난해 말부터 지원센터 상담원으로 들어온 김씨는 “노숙자들이 식사뿐 아니라, 몸도 씻고, 옷도 세탁하고, 진료도 받을 수 있는 종합센터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