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과 변신
등록 : 2002-10-23 00:00 수정 :
김민석 전 의원은 민주당의 국민경선을 입안했고,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고, 당내 개혁세력의 한축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탈당은 상징적 사건입니다.
그가 바른 선택을 했다면 견인력을 가질 것이요, 무리한 선택을 했다면 정치생명에 타격을 입을 것입니다. 이쪽인가 저쪽인가 따져볼 일입니다.
그는 정몽준 후보가 대선 승리를 위한 현실적 대안이며, 이 세력만이 새로운 정치질서를 형성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그에게 선택은 자유입니다. 그러나 그의 행위는 탈당성명서로 납득되지 않습니다. 설명이 공허한 것은 명분과 실제에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가 말하는 탈당의 변과, 그의 내면 사이에는 어떤 간극이 있을까요
비판자들은 그의 행위는 그럴듯한 명분으로 포장돼 있을 뿐 기회주의에 지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유불리만을 따져 도박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불과 몇달 전, 서울시장 선거에서 ‘노풍-민풍’을 외치던 그였고, 자신의 말마따나 굳이 욕먹을 선택을 할 시점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떤 고민과 전망을 가지고 정치생명을 건 결단을 했는가. 탈당의 비중을 헤아리려면 그의 세계를 들여다봐야 합니다.
먼저 그는 대선에서 패배는 있을 수 없다는 전략적 접근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이는 자신이 후보로 나선 서울시장 선거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쉬운 패배의 경험에서 선거는 이기고 봐야 한다는 강박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는 승리가 곧 정의라는 승리지상주의를 원칙으로 내면화한 듯합니다.
패러다임의 변화를 말한 점도 눈길을 끕니다. 정치인은 여론과 지지의 변화에 민감하고 동물적으로 반응합니다. 그는 “이번 대선은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큰 혁명적 정치변화의 서곡일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자발적 선택이 아니라 상황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풀이가 가능하겠지요.
그는 판의 변화를 ‘탈이념’으로 읽고 있는 듯합니다. ‘민주 대 반민주’가 흘러갔듯 ‘개혁 대 수구’의 전선도 흐려졌으며, 미인대회처럼 이미지와 인기가 좌우하는 포스트모던적 전망을 하고 있는 듯합니다. 새로운 전망의 실체는 분명치 않습니다. 단지 그가 합리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미루어, 개혁보다는 정치현실주의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입니다.
요컨대 김민석의 결단을 재촉한 두 채찍은 승리지상주의와 정치현실주의로 여겨집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자신의 일부였고 386세대 정치인에게 지워진 자산과 부채- 상상력·정열·이상- 를 털어냈습니다.
세상을 바꾸려는 이상을 접었기 때문에 그의 결단에도 정치구도는 크게 바뀌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의 결단으로 변한 것은 그 자신입니다.
한겨레21 편집장 정영무
you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