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회의 '비윤리 의사' 낙인에 굴하지 않는 울산대 의대 조홍준 교수의 올곧은 소신
조홍준(42·울산대 의대 가정의학과 교수). 그는 공인받은 '비윤리 의사'다.
지난 10월9일 김용익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와 함께 대한의사협회(의협) 윤리 위원회로부터 '회원 자격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조 교수가 1년, 김 교수가 2년이었다. 의협 윤리위는 회원들이 의사윤리를 위반했을 대 이를 징계하는 기구다. 이 위원회에서 징계를 받는다는 건 의사 사회에서 비윤리적 의료인으로 공식적 낙인이 찍히는 셈이다.
지난 2000년 파업에서 보여준 의사들의 간단치 않은 동업자 의식을 감안할 때, 웬만큼 비윤리적이고 부도덕한 의사가 아니고서야 회원을 내칠 의협이 아니다. 의사이자 대학교수인 두 사람은 무슨 파렴치한 짓을 저질렀기에 의협이 '읍참마속'하지 않을 수 없게 한것일까. 의협 관계자는 "두 회원은 실패한 의약분업을 입안하고 추진하는 데 깊이 관여해 국민에게 큰 피해를 입힌 인물들"이라고 밝혔다. '공인적 단죄'하는 얘기다.
의협의 징계 결정이 내려지자 언론들은 앞다퉈 이를 보도했다. 징계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조 교수는 방송사의 요청으로 몇 차례 라디오에 전화 출연하기도 했다. "처음엔 의협 내부의 일에 왜 그리 관심을 갖는지 몰랐다. 더구나 회원 자격 정지가 신분상 불이익을 주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런데 방송 진행자마다 '재미있어 죽겠다'는 반응을 보이는 걸 보고 그 이유를 알았따." 지난 10월 13일 만난 조 교수는 "언론은 이번 일을 흥미로운 가십거리로 받아들이고 있었다"며 씁쓸해했다.
공익적 단죄인가 화풀이 징계인가 언론학 교과서에서는 가십을 '사람이 개를 문 사건'에 빗댄다. 말하자면 개가 사람을 물면 기사가 되지 않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기사가 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 대목에서 중요한 건 누가 물었고 누가 물렸느냐가 아니라, 그만큼 사건이 드물고 희한하다는 점이다. 이번 사건은 어떤가. 의료기관들의 건강보험료 부당·허위 청구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을 때도 해당 회원에 대해 징계 한번 하지 않을 만큼 '신중한' 의협이 드물게 징계 조처를 내린 것 자체가 기삿거리인지 모른다. 징계 사유는 과정도 희한하기는 마찬가지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두 교수에 대한 징게 건의서를 의협 상임이사회에 제출했다. 개원의협의회는 "두 회원이 궁극적으로 의료기관의 사회 소유를 획책하여 사유재산제도를 부정하고 의료 공공성 확보라는 미명으로 획일적 통제 아래 두려고 한다"며 구체적으로 각종 단체를 통한 반의료계 행위에 대한 책임, 건강보험 재정 파탄에 대한 책임, 의약분업 강행 및 의료계 매도에 대한 책임, 불법적인 보험재정안정 대책과 수가 인하를 주장한 책임 등 7가지 사유를 들었다. 이에 대해 의협 윤리위는 한동안 "회원의 정책적 판단은 심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의협 소속 최대조직인 개원의협의회가 오는 10월27일 열리는 의사결의대회에 불참하고 윤리위 해체 거론도 불사하겠다고 하자, 뒤늦게 태도를 뒤집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원에 대한 징계 조처는 의료법 위반과 이에 상응하는 범죄적 행위나 파렴치한 행위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징계 사유 가운데 정관에 해당하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게다가 공익적 문제보다는 의사들의 이해와 관련된 문제들이 대부분이다. "황당하고 슬펐다. '사유가 안 되는데 설마 징계까지 할까' 했다가 징계하는 걸 보고 황당했고, '국민이 대한민국 의사들의 대표조직을 어떻게 볼까'하는 생각이 들어 슬폈다. 그리고 의사파업 당시 파업을 반대했다가 전화나 이메일로 당한 끔찍한 언어폭력을 다시 당할 걸 생각하니 두려웠다." 조 교수는 "다행히 이번에는 언어폭력을 당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모르는 의사들로부터 격려전화까지 받았다"며 "이번 징계에 대한 의사대중들의 정서가 파업 때와는 많이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의사파업 반대 소신… 왕성한 사회 활동
그는 2000년 의사파업 당시 TV토론회에 전화로 출연해 "의사파업에 반대한다"는 주장을 펼쳤다가 수많은 동료의사들로부터 '의약분업공적'으로 지목되었다. 그는 "물론 의약분업은 내 소신이지만, 다른 일을 하느라 의약분업 시행에는 거의 관여하지 않았다. 그 자체로는 억울할 게 없지만, 이번 징계 결정이 사실에 입각하지 않은 전형적 마녀사냥이라는 반증"이라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징계 결정이 내려지자 '의협의 징계에 대한 입장'이라는 글을 발표했다.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서 개인이 밝힌 정책적 입장과 소신이 단체의 공식입장과 다르다고 해서 '비윤리적'이라며 징계하는 것은 부당합니다…. 회원이 시민단체에서 활동한 것을 두고 징계하는 것도 납득할 수 없습니다. 의사와 국민이 동반자 관계를 형성해야 올바른 의료가 가능합니다. 회원들이 여러 시민단체에 참여하여 의사와 국민 간 가교 역할을 하면 장기적으로 의협에 도움이 됩니다." 그는 끝으로 징계 철회를 요구하며 "의협의 이런 비합리적인 결정에 반대하여 협회를 탈퇴한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시민단체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드문 임ㅅ아 의사 가운데 한 사람이다.
서울대 의대 78학번인 그는 학생 시절에는 의대기독학생회에서 빈민의료활동을 했다. "열심히 달동네를 찾아다녔지만 그렇다고 골수 운동권 학생은 아니었다. 바른 의사의 길을 걷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80년대 말 농촌에서 공중보건의를 하면서 초창기 전국민의료보험(현 건강보험)의 심각한 문제점을 알게되었다. 그때부터 건강보험 공부를 시작했다." 임상 의사이면서도 우리나라의 대표적 건강보험 전문가인 그가 의료정책 문제에 14년째 매달리는 첫걸음이었다.
그는 인의협에 건강보험 문제에 대한 정책연구를 제안해 의료보험대책위원회를 꾸렸다. 94년에는 건강연구의 전신인 의료보험연대회의 설립에 참여해 수많은 지역과 직장조합으로 난립한 건강보험 조직의 통합을 연구했다. 의료정책을 공부하기 위해 영국 유학도 다녀왔다. 그러나 이젠 정책에만 매달리는 데 한계를 느낀다. 그는 "의약분업이나 건강보험 통합 정책은 시행 과정에서 정부와 의료공급자들이 취지를 왜곡해왔다. 특히 전문가인 의사들이 이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정책도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의사들 명예 회복 위해 법정싸움 준비
"지금 우리 의사들은 의권이라는 이름을 걸고 사회와의 관계를 차단한 채 일방적인 물리력만 행사하려 한다. 파업 뒤로 의사의 정치적 힘은 굉장히 커졌지만 반대로 국민의 불신도 높아졌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의권보다 앞서는 게 국민의 건강권이다." 그는 "서구 의사들도 한때 집단적 이해를 힘으로 관철시키려다 오히려 사회적 영향력을 잃고 통제를 받게되자 이젠 자율적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전문직 단체로서 의협이 할 일이 바로 그런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지금 의협이 주장하는 의약분업 철폐는 시대착오적이라고 주장했다. "의약분업이 개선할 점은 많지만 약물 남용이 줄어드는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제 의사들이 이 토대 위에서 약물 남용을 억제하고 올바른 진료를 할 수 있도로 자율적 가이드라인을 만들어가야 한다. 의사와 국민이 모두 이기는 길은 그것뿐이다." 그는 의협의 이번 징계 결정에 대해 "개인적 명예 회복뿐 아니라 사회를 위해 열심히 활동하는 의사들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법정싸움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 그가 마지막으로 강조한 것은 "나도 의사이기에 아타까운 마음으로 의협을 비판해싸"였다.
글 안영춘 기자/ 한겨레 민권사회 1부 jona@hani.co.kr
사진 이용호 기자 yhlee@hani.co.kr

사진/ 의료사회에서 비윤리적 의료인으로 '공인'받은 조홍준 교수. 의사협회는 의사들의 이해관계를 따져 중징계 결정을 내렸다.
공익적 단죄인가 화풀이 징계인가 언론학 교과서에서는 가십을 '사람이 개를 문 사건'에 빗댄다. 말하자면 개가 사람을 물면 기사가 되지 않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기사가 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 대목에서 중요한 건 누가 물었고 누가 물렸느냐가 아니라, 그만큼 사건이 드물고 희한하다는 점이다. 이번 사건은 어떤가. 의료기관들의 건강보험료 부당·허위 청구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을 때도 해당 회원에 대해 징계 한번 하지 않을 만큼 '신중한' 의협이 드물게 징계 조처를 내린 것 자체가 기삿거리인지 모른다. 징계 사유는 과정도 희한하기는 마찬가지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두 교수에 대한 징게 건의서를 의협 상임이사회에 제출했다. 개원의협의회는 "두 회원이 궁극적으로 의료기관의 사회 소유를 획책하여 사유재산제도를 부정하고 의료 공공성 확보라는 미명으로 획일적 통제 아래 두려고 한다"며 구체적으로 각종 단체를 통한 반의료계 행위에 대한 책임, 건강보험 재정 파탄에 대한 책임, 의약분업 강행 및 의료계 매도에 대한 책임, 불법적인 보험재정안정 대책과 수가 인하를 주장한 책임 등 7가지 사유를 들었다. 이에 대해 의협 윤리위는 한동안 "회원의 정책적 판단은 심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의협 소속 최대조직인 개원의협의회가 오는 10월27일 열리는 의사결의대회에 불참하고 윤리위 해체 거론도 불사하겠다고 하자, 뒤늦게 태도를 뒤집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원에 대한 징계 조처는 의료법 위반과 이에 상응하는 범죄적 행위나 파렴치한 행위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징계 사유 가운데 정관에 해당하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게다가 공익적 문제보다는 의사들의 이해와 관련된 문제들이 대부분이다. "황당하고 슬펐다. '사유가 안 되는데 설마 징계까지 할까' 했다가 징계하는 걸 보고 황당했고, '국민이 대한민국 의사들의 대표조직을 어떻게 볼까'하는 생각이 들어 슬폈다. 그리고 의사파업 당시 파업을 반대했다가 전화나 이메일로 당한 끔찍한 언어폭력을 다시 당할 걸 생각하니 두려웠다." 조 교수는 "다행히 이번에는 언어폭력을 당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모르는 의사들로부터 격려전화까지 받았다"며 "이번 징계에 대한 의사대중들의 정서가 파업 때와는 많이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의사파업 반대 소신… 왕성한 사회 활동

사진/ "의약분업 철폐는 시대착오적이다." 조홍준 교수는 의사들이 약물 남용을 억제하는 등 자율적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사진 이용호 기자 yhlee@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