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좌절된 송두율 교수가 말하는 ‘민주화’… 자신에 대한 끝없는 계몽이 서투른 사회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 독일 뮌스터대 교수와 독일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는 닮은꼴이다. 송두율 교수도 1991년 펴낸 <전환기의 세계와 민족지성>의 ‘맺는 말’에서 하이네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다. 낭만적 서정시인으로 잘 알려진 하이네는 도덕·종교·정치적 구속으로부터의 해방을 주장해 독일에서 탄압을 받게 되자 1831년 파리로 건너가 25년 동안 망명 생활을 했다.
하이네는 1844년 13년 만에 조국 땅에 왔다 또다시 망명을 떠나며 쓴 서사시 ‘독일, 겨울 동화’ 서문에서 그를 조국을 배반한 자라고 비판하는 독일 사람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자신이 바보가 아니고 나쁘지 않기 때문에 이성적이고 좋은 사람이라면-그가 설사 프랑스 사람일지라도-어느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다.”
하이네의 망명보다 더 서글픈 ‘초청 취소’
19세기 사람 하이네는 프랑스 사람의 친구라는 이유로 배신자로 찍혀 25년의 망명 생활 동안 단 한번 독일 땅을 밟을 수 있었다. 그런데 21세기에 사는 우리는 다른 민족도 아닌 같은 민족을 ‘허가 없이’ 만나면 반쪽짜리 조국의 배신자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잣대에 따라 하이네의 조국 독일에 살고 있는 송 교수는 공안당국에 의해 ‘친북인사’로 분류돼 35년 동안 한번도 조국 땅을 밟지 못하고 있다. 송 교수는 김대중 정부 들어 여러 차례 귀국 기회를 맞았지만 공안당국의 반대로 번번이 좌절되곤 했다. 지난 10월10일 송 교수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주최 학술회의 발표자로 입국하려다 주최쪽의 갑작스런 ‘초청 취소’로 무산되자, ‘민주화’에 대한 개념을 발표해 주목을 끌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관계자는 “월드컵과 아시아경기대회 뒤라 분위기가 좋아질 것으로 봤고 초청 전에 공안당국의 입장을 확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안당국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쪽에 송 교수 입국 불허방침이란 기조를 재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고민 끝에 초청을 연기 내지 보류했는데 경황이 없다 보니 송 교수에게 사정을 설명하는 전자우편에 진의와 다르게 ‘초청 취소’란 표현이 들어갔다”고 말했다. “계몽의 과제를 잊지 말아야 한다” 송 교수는 여러 번 국내 초청이 있었고 귀국이 좌절되었지만 ‘초청 취소’란 사태는 처음이라 어안이 벙벙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독일에서 학술회의 초청 취소는 주최쪽이 초청자에 대한 큰 결함을 뒤늦게 발견했을 때 취하는 드문 조처”라고 설명해 이번 일로 꽤 마음에 상처를 입었음을 내비쳤다. 송 교수는 특히 남북 화해 분위기가 높아졌고 지난해 9월 자신을 ‘조선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김철수’라고 주장한 황장엽씨와의 재판도 일단락된데다, 저서 <경계인의 사색-재독철학자 송두율의 분단시대 세상읽기>의 14일 국내 출간 등을 고려해 이번에는 꼭 귀국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남북이 부산에서 어울려 감격의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공안당국은 냉전시대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초청 취소’ 사태가 대수롭지 않을 것 같아 초청했는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어서 취소한 ‘기술적’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민주화’의 본질과 직접 연결되어 있다고 봤다. 그는 초청취소뒤 발표한 성명에서 ‘민주화’는 제도화가 아니라 종점이 없는 자신에 대한 끝없는 ‘계몽’의 끝없는 과정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성명 마지막 단락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새로운 문명의 높은 파도를 가르고 우리 사회의 민주화, 그리고 민족의 화해와 통일이란 먼 목적지로 향하는 어려운 뱃길에 떨리는 긴장이 있어도 가야 할 길을 정확히 가리키는 ‘계몽’의 과제를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사진/ 아직도 냉정의 미아인가. 공안당국에 의해 '친북인사'로 분류돼 35년 만의 귀국이 또다시 좌절된송두율 교수. (한겨레 이정우 기자)
19세기 사람 하이네는 프랑스 사람의 친구라는 이유로 배신자로 찍혀 25년의 망명 생활 동안 단 한번 독일 땅을 밟을 수 있었다. 그런데 21세기에 사는 우리는 다른 민족도 아닌 같은 민족을 ‘허가 없이’ 만나면 반쪽짜리 조국의 배신자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잣대에 따라 하이네의 조국 독일에 살고 있는 송 교수는 공안당국에 의해 ‘친북인사’로 분류돼 35년 동안 한번도 조국 땅을 밟지 못하고 있다. 송 교수는 김대중 정부 들어 여러 차례 귀국 기회를 맞았지만 공안당국의 반대로 번번이 좌절되곤 했다. 지난 10월10일 송 교수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주최 학술회의 발표자로 입국하려다 주최쪽의 갑작스런 ‘초청 취소’로 무산되자, ‘민주화’에 대한 개념을 발표해 주목을 끌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관계자는 “월드컵과 아시아경기대회 뒤라 분위기가 좋아질 것으로 봤고 초청 전에 공안당국의 입장을 확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안당국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쪽에 송 교수 입국 불허방침이란 기조를 재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고민 끝에 초청을 연기 내지 보류했는데 경황이 없다 보니 송 교수에게 사정을 설명하는 전자우편에 진의와 다르게 ‘초청 취소’란 표현이 들어갔다”고 말했다. “계몽의 과제를 잊지 말아야 한다” 송 교수는 여러 번 국내 초청이 있었고 귀국이 좌절되었지만 ‘초청 취소’란 사태는 처음이라 어안이 벙벙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독일에서 학술회의 초청 취소는 주최쪽이 초청자에 대한 큰 결함을 뒤늦게 발견했을 때 취하는 드문 조처”라고 설명해 이번 일로 꽤 마음에 상처를 입었음을 내비쳤다. 송 교수는 특히 남북 화해 분위기가 높아졌고 지난해 9월 자신을 ‘조선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김철수’라고 주장한 황장엽씨와의 재판도 일단락된데다, 저서 <경계인의 사색-재독철학자 송두율의 분단시대 세상읽기>의 14일 국내 출간 등을 고려해 이번에는 꼭 귀국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남북이 부산에서 어울려 감격의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공안당국은 냉전시대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초청 취소’ 사태가 대수롭지 않을 것 같아 초청했는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어서 취소한 ‘기술적’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민주화’의 본질과 직접 연결되어 있다고 봤다. 그는 초청취소뒤 발표한 성명에서 ‘민주화’는 제도화가 아니라 종점이 없는 자신에 대한 끝없는 ‘계몽’의 끝없는 과정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성명 마지막 단락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새로운 문명의 높은 파도를 가르고 우리 사회의 민주화, 그리고 민족의 화해와 통일이란 먼 목적지로 향하는 어려운 뱃길에 떨리는 긴장이 있어도 가야 할 길을 정확히 가리키는 ‘계몽’의 과제를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