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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노래하는 이주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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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10-16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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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승화 기자)
강라이 & 민우를 아십니까?

이주노동자들의 한국 경력을 알려면 이런 질문을 던질 법하다. 네팔 출신 강라이(30)와 민우(31)는 노래하는 이주노동자다. 92년 네팔에 분 세계화 바람을 등에 업고 한국에 첫발을 내디딘 이들은 12년째 동대문 일대에서 ‘주경야창’ 생활을 하고 있다. 96년에는 네팔어로 <너버 프로밧>(해돋이)이라는 창작 음반도 하나 냈다. 이 음반이 ‘뜨는’ 데 실패하고, 6명이던 멤버도 뿔뿔이 흩어졌지만 두 사람은 개의치 않고 계속 노래를 불러왔다.

99년 민가협 주최 시민가요제에 출전해 최우수상을 탄 이래 유명세를 얻은 두 사람은 틈나는 대로 이주노동자와 함께하는 행사의 무대에 서 왔다. 자신을 불러주는 곳이면 시간이 맞는 한 달려가는데, 요즘에는 민우가 야근이 잦아 연습을 펑크내는 일이 많다. 그래서 10월18일 저녁 7시 한양대 체육관에서 열리는 전태일열사 기념 콘서트 ‘전태일의 꿈’ 무대가 떨리고 걱정된다. 자신들이 태어날 무렵 노동자의 권리를 외치며 스스로 몸에 불을 붙인 ‘선배’의 뜻을 기리는 무대기에 더욱 그렇다.

거의 완벽하게 한국말을 구사하는 두 사람은 “20대 내내 고향 한번 다녀오지 못하고 청춘을 불사른 한국에서 계속 열심히 일하고 노래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원칙 없이 바뀌는 이주노동자 체류 문제와 노동허가 문제는 이들을 우울하게 한다. 민우는 “일하면서 노래한다고 하면 ‘어 그래요’ 반색하다가 네팔 출신이라고 하면 ‘그럼 불법 이주노동자야’라고 말을 놓는 한국 사람을 만날 때 가장 황당하다”고 이주노동자로서 겪는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강라이는 “난 법학을 전공했지만, 세계 어느 나라도 한국 같지 않다. 특히 산업연수생 제도는 수많은 불법 이주노동자를 양산하는 구조다. 필요하지 않으면 아예 체류를 막든지, 필요해서 데려와 일을 시켰으면 제대로 대접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앞으로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찾는 일에 앞장서며, 실력을 길러 가수로 성공할 꿈을 갖고 있다. 두 사람의 홈페이지는 http://gangaraj.netian.com이다.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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