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배지, 목욕탕에서 도둑 잡다
등록 : 2002-10-09 00:00 수정 :
국회의원이 목욕탕에서 칼을 휘두르며 저항하는 절도범을 격투 끝에 붙잡았다. 민주당
송영진(55·충남 당진) 의원은 거친 언행으로 물의를 빚은 적이 있지만, 몸을 사리지 않고 이웃을 도와 ‘의협심 강한 금배지’로 인정받게 됐다.
개철절인 10월3일 아침 6시께. 송 의원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집에서 가까운 여의도의 U타워빌딩 지하 사우나를 찾았다. 이를 닦고 있는데 갑자기 바깥이 소란스러워 나가 보니 두 사람이 피투성이가 되어 격투를 벌이고 있었고, 바닥엔 피가 흥건했다. 홀엔 5명이 있었으나 범인이 면도칼을 든 탓인지 아무도 말리는 이가 없었다. 그는 주저하지 않고 달려들어 범인을 바닥에 메쳤다. 그때부터 범인과의 1 대 1 격투가 시작됐고, 경찰이 도착한 것은 20여분이 흐른 뒤였다. 범인은 바지와 티셔츠 차림이었고, 송 의원은 벗은 상태였다.
범인 박아무개(30)씨는 공범 2명이 망을 보는 사이 수면실에서 잠자던 추아무개(34)씨의 발목에 걸려 있는 가죽열쇠고리를 칼로 잘라내 사물함 속 지갑을 털었다. 이어 최아무개(46)씨의 열쇠를 자르려다 잠에서 깬 최씨에게 들키자 칼을 휘둘러 최씨의 손에 부상을 입혔다. 전통적인 목욕탕 사물함 털이수법이었다.
“피를 보니 화가 치밀었습니다. 도둑질은 몰라도 사람에게 해를 끼쳤다면 정말 나쁜 놈들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순간 나도 모르게 달려들었습니다.” 송 의원은 “범인이 고약한 사람에게 걸렸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아무도 나서지 않는 것을 보니 사회가 삭막해졌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공인 4단의 태권도 실력을 자랑한다. 69년 공수부대 요원으로 베트남전에 참여해 맹호부대 수색대대원으로 활동했다. 격투 광경을 지켜본 목욕탕 종업원 채아무개(31)씨는 “범인은 경찰관 4명과 손님 등 5명이 힘을 합쳐서야 겨우 수갑을 채울 수 있을 정도로 힘이 셌는데 송 의원한테는 꼼짝을 못했다. 송 의원의 완력이 대단해보였다”고 혀를 내둘렀다.
임석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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