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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국보 객사문, 묵묵히 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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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0-09-27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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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뭐… 제대로 한 걸 가지고 신문에 내든지, 방송에 나오든지 해야지. 이거 참….”

국보급 문화재를 15년 넘게 남몰래 돌봐온 강원도 강릉시 강릉우체국의 최우영(53·운전직)씨. 강릉 현지로 전화 연락이 닿은 최씨는 여기저기서 말이 나오는 게 부담스럽고 난처하다며 입맛을 쩍쩍 다셨다.

최씨는 틈이 날 때마다 하루에도 몇번씩 우체국 뒤 낮은 구릉에 있는 객사문(客舍門·용강동 58의 1)을 찾는다. 이 객사문은 고려 태조 19년(936년)에 창건된 유적으로 국보 51호이다. 최씨는 이곳에서 무성하게 자란 잡초를 뽑거나 아무렇게 버려진 담배꽁초, 휴지를 줍기도 하며 훼손이나 이상징후가 있는지 살핀다. 정기적으로 예초기를 직접 가져와 990㎡가량의 객사문 주변 잔디를 깎으며 가지런하게 정리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지난 1984년 철암우체국에서 강릉우체국으로 발령난 이후 17년째 한해도 거르지 않고 이 일을 해왔다.

강릉시 관계자는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그냥 묵묵히 문화재를 돌보는 최 선생 같은 분이 있어 강릉이 전통문화의 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지난해 한 신문사에서 강릉시 공보실을 통해 인터뷰 요청을 하자 신문에 날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서 “자꾸 그러면 이 일을 더이상 할 수가 없다”며 극구 사양하기도 했다. 최씨는 <한겨레21>의 인터뷰 요청에도 “언론에 거론되는 것이 부담스럽다”며 완곡히 거절하다가 ‘자라나는 세대에 일깨움을 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설득에 가까스로 작지만 의미있는 일을 시작한 배경을 짤막하게 털어놓았다.

“국보급 문화재가 주위에 있다는 게 얼마나 자랑스런 일인가요. 그런데도 제대로 돌보는 관리인 하나없이 버려지다시피 있다는 게 안타까웠어요. 특히 객사문은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목에 있고 외국인 관광객들도 가끔 들르곤 합니다. 풀 깎고 휴지 줍는 게 뭐 그리 큰일이겠습니까만 문화재가 방치돼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서….”

김영배 기자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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