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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작은 나눔, 그들의 한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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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10-02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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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 굶어죽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식량 총량의 문제가 아니라 분배의 문제라는 진리를 더 절실히 깨달아가고 있습니다.”

지난 8월부터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www.kfhi.or.kr)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이승혁(29·서강대 대학원 석사 2년)씨는 힘주어 말했다. 이씨는 올 여름 참가한 기독교 선교캠프에서 이 단체 이야기를 듣게 됐다. 도움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그는 무작정 찾아가 “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뭐든지 맡겨달라”고 했다. 그는 일주일에 서너통씩 외국 어린이들이 국내 후원자에게 보내온 편지를 번역하고 있다. 매주 둘쨋주엔 반나절가량 기아대책기구의 소식지 우편 발송 업무도 돕고 있다.

필리핀·르완다·아프간 등지에서 직접 날아온 어린이들의 편지를 읽다 보면 충격에 휩싸일 때가 많다. “후원자님 덕분에 요즘엔 매일 세끼 식사를 하게 됐다”는 필리핀 어린이들은 그나마 낫다. “저는 27번째 아이예요. 엄마는 에이즈에 걸렸고, 아빠는 감옥에 있어요”라며 운을 떼는 르완다발 편지를 접하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포성이 끊이지 않는 아프리카나 중동, 동부유럽에서 오는 그림편지들엔 사람을 그릴 때 늘 총을 든 모습이 등장해 불안한 정치 상황을 절감케 한다.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는 국내 후원자와 해외의 가난한 어린이들을 일대일로 맺어주는 결연사업을 펼치고 있는데, 현재 12개 나라 5600명 어린이가 혜택을 받고 있다. 후원금으로 아이들은 안정적인 의식주를 해결하는 것 외에 건강검진, 여름캠프 같은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 이씨는 “작은 나눔이 어린이들을 고통으로부터 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사회학과에서 국내비정부기구(NGO)와 국제NGO의 네트워크에 관한 논문을 준비 중인 그는 대학원을 마친 뒤엔 기아대책기구와 같은 구호단체에서 일하는 것이 꿈이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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