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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바티칸을 향한 멜 깁슨의 독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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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09-18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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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SYGMA)
“바티칸은 양의 탈을 쓴 늑대다.”

새 영화 <열정>(Passion)에서 예수 역을 맡은 인기 영화배우 멜 깁슨(46)이 최근 바티칸을 향해 독설을 퍼부어 관심을 끌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 인터넷판은 9월13일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깁슨이 “신은 믿지만, 제도화한 교회는 믿지 않는다”며 가톨릭 고위 성직자를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보수적 가톨릭 신자임을 자처하는 그는 캘리포니아주 말리부 해변가에 있는 자신의 저택에 개인 예배당을 짓고 매주 일요일 라틴어로 미사를 드리고 있다. 바티칸은 지난 1960년대 제2차 공의회에서 신도에게 좀더 가깝게 다가가기 위한 개혁조치의 일환으로 라틴어 미사를 금지하고, 해당 지역언어로 미사를 진행하도록 했다.

라틴어 미사가 폐지된 뒤에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개인적으로 라틴어 미사 집전을 이어가고 있으며, 바티칸은 로마의 마리아 성당 등 이탈리아 내 20곳에서 라틴어 미사를 허용하고 있다. 이들 교회는 상류층 신자들의 결혼식이나 세례의식 등에 주로 이용된다.

미국 뉴욕에서 출생해 12살 때 오스트레일리아로 이주한 깁슨은 가톨릭 학교에 다니며 청소년 시절을 보냈다. 젊은 시절 한때 폭음과 문란한 생활에 젖었던 그가 할리우드 스타로는 드물게 20여년째 부인 로빈 무어와 가정을 유지하며 6남1녀를 두고 있는 것도 이런 그의 종교적 성향과 무관치 않다. 그의 외동딸 한나 깁슨은 최근 수녀가 될 것이라고 밝혀 화제가 됐다.

현재 로마와 이탈리아 남부도시 마테라 등지에서 영화촬영에 몰두하고 있는 깁슨은 “십자가에 못박혀 육체적 고통을 당하는 예수의 인간적 면모를 표현하는 것이 이제까지 맡은 역 가운데 가장 힘든 역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 타임스>는 “깁슨이 영화촬영을 위해 로마에서 신학자와 고위 성직자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있으며, 이혼과 낙태·피임에 반대하는 그의 보수적 성향이 바티칸 보수인사들에게 호감을 사고 있다”고 전했다.


니콜라스 레이 감독의 1961년작 <왕중의 왕>(King of Kings)과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의 1977년작 <나사렛 예수>(Jesus of Nazareth) 등을 예수의 생애를 다룬 ‘공식’ 영화로 삼고 있는 바티칸이 깁슨이 주연한 영화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릴지 궁금해진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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