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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일용잡급’사서들의 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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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09-18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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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인적자원부는 최근 ‘좋은 학교도서관 만들기’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연간 3천억원을 쏟아붓는 사업이다. 이 돈은 도서관을 새로 짓거나 많은 책을 확보하는 데 맞춰져 있다. 그런데 중요한 한 가지가 빠졌다. 도서관 전담인력인 도서관 사서를 안정적으로 배치하고 처우하는 문제가 그것이다.

자격증 직종인 학교도서관 사서는 전국적으로 800여명에 이른다. 시민사회단체에서 파견한 사서가 200여명, 각 시·도 교육청에서 채용한 사서가 600여명이다. 교육청 소속 사서는 ‘일용잡급직’으로 분류된다. 하루 일당 3만600원으로 묶여 있는 임시직 노동자다. 도서관 전문인력이지만 정규직 교육공무원이 아닌 탓에 도서관 운영을 둘러싸고 학교에서 작은 목소리조차 못 내는 형편이다. 근로기준법에 보장된 연월차 휴가도 제대로 못 받는다. 소풍가는 날 같이 학교 사정으로 쉬는 날은 일당을 못 받는 ‘공치는 날’이 된다.

경기도와 광주광역시 지역 학교도서관 사서 100여명이 지난 9월14일 ‘전국여성노조 학교도서관사서지부’를 결성했다. 학교도서관 사서의 안정적 고용과 처우개선을 요구하고, 동시에 학교도서관 활성화 운동을 벌여나갈 계획이다. 학교도서관사서지부 이복희(39·수원 매원중학교) 지부장은 “교육부는 도서관에 책만 쌓아놓고 전산화만 끝나면 다 됐다고 생각한다. 좋은 학교도서관을 만든다면서 시설·자료만 신경쓰고 사서 노동자들은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서관 사서에 대한 홀대는 “현직 교사가 도서관 사서를 겸임하든 학부모 자원 봉사자를 활용하든 학교가 알아서 하라”는 교육부 방침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좋은 학교도서관 만들기’ 운동은 지난 99년 시민사회단체가 불을 지폈다. 도서관 사서 노동자들을 공공근로 형태로 일선 학교에 파견하기 시작한 것이다. 교육부는 최근 들어서야 좋은 학교도서관 만들기에 동참했다. 학교도서관사서지부 오기연(35·남양주 미금초등학교) 부지부장은 “도서관은 사서·시설·자료 등 3박자가 고루 갖춰져야 한다. 도서관 겉모습에 신경쓸 것이 아니라, ‘일용잡급’에서 사서 노동자들을 해방시켜야 좋은 도서관도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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