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와 군대
등록 : 2002-09-17 00:00 수정 :
추석에 웬 군대 이야기?
‘양심적 병역거부’에서 실마리를 찾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게 무슨 양심이냐, 병역거부하면 나라는 누가 지키냐 논란도 많지만,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말은 이제 웬만큼 알려진 용어가 됐습니다. 최근 1∼2년 사이에 생긴 변화입니다.
제가 이 용어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한 것도 1년 남짓 됩니다. <한겨레21>에 오고 나서입니다. 진보적이라는 언론에서 십수년 밥을 먹었지만, 부끄럽게도 그 전에 양심적 병역거부는 특정종교의 독특한 신앙 행위 정도로 알고 있었습니다.
양심적 병역거부가 사상과 양심의 자유의 큰 줄기라는 것, 그리고 많은 나라들이 (훨씬 전부터) 군사력의 저하 없이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를 도입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들지 않았습니다.
의식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아니라, 양심이고 비양심이고 병역거부라는 예외가 생기면 ‘신성한 국방’이 유지될 수 없다는, 꼬리가 개를 흔드는 격의 강박과 편견을 털어버리면 그냥 보이는 것이니까요. 개인과 양심은 국가와 국방에 못지않게 존귀하고, 개인의 양심을 존중해줘도 국가와 국방은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굳이 부인하거나 외면하지만 않는다면.
그러고 보면 군에 대한 우리의 생각은 꽤 한쪽으로 쏠려 있고 국방이라는 한마디에 꾹 눌려온 것 같습니다. 또 따지고 보면 군이 남의 일도 아니고 곧 우리 아들, 형제, 연인의 일인데도 말 한마디 못하고 어지간히 남의 손에 맡겨뒀던 것이 분명합니다.
이번 한가위특집호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이해로 사고의 지평을 넓혔다고 자위한 저에게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는 것을 다시 깨닫게 했습니다. ‘사병에게 최저임금을 줘야 한다’는 기획이 올라왔을 때, 무리한 이야기 아닌가, 현실성이 있겠느냐는 반발적 의문이 들었습니다. 군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갔다온 ‘사람의 아들’에게 어찌 보면 자연스런 의문입니다.
다행히 그런 의문은 신중함이나 현명함보다는, 머리가 한쪽으로 쏠려 있고 꾹 눌려온 데서 비롯된 것임을 아는 데 그리 많은 시간이 들지 않았습니다.
표지이야기는 의문의 많은 부분을 풀어줍니다. 싼 게 비지떡이라고 병사들을 싸게 부리는 데서 오는 비효율과 부작용이 심각하다고 합니다. 군에 가면 먹여주고 재워준다고 하지만 꼬박꼬박 용돈 뒷바라지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와 처지가 비슷한 대만은 60만 병력을 40여만명으로 줄이고 한달에 40만원 가까운 월급을 준다고 합니다.
한가위. 자식을 군문에 보낸 부모들은 절절히 아들 생각하고 전후방에서 근무하는 사병들은 보름달에 가족을 그릴 것입니다. 표지이야기가 군을, 내 아들을 어떡할 것인가, 길을 찾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한겨레21 편집장 정영무
you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