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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베트남 노동자 축제한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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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09-11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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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정용 기자)
베트남전 참전 용사가 한국에 체류 중인 베트남 노동자를 돕는 일에 발벗고 나섰다. 최성원(56)씨. 공식 직함은 서울 용산역 인근에 터잡은 ‘용산 노숙자 쉼터’의 담임 목사다. 역 근처를 떠도는 노숙자들에게 먹을거리와 잠자리, 일자리를 제공해왔다. 그런데 지난 7월 ‘한국-베트남 친선문화교류협회’를 창립하면서 베트남 노동자 돕기에 뛰어들었다.

그는 1967년부터 2년 동안 육군 백마부대 28연대 통역병으로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베트남과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됐다. 그러나 그 인연은 그리 즐겁지 못했다. “사실 한국 군인들이 많은 잘못을 저질렀다. 하지만 전쟁이라는 특수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측면이 너무 강했기 때문에…. 그냥 잊고 살려 애썼다. 하지만 완전히 떨쳐버리기 어려웠다.” 현장에서 목격한 전쟁의 아픈 기억들을 망각 속으로 밀쳐버릴 수 없었다는 것이다. 지난 92년부터 96년까지 베트남 호치민시에서 선교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마음속에 남아 있는 부채의식은 좀처럼 가실 줄 몰랐다. “참전 군인들도 엄격히 말하면 전쟁의 피해자들이다. 베트남 노동자들을 돕는 일에 선뜻 나서기도 어렵다. 하지만 그 전쟁으로 한국 경제가 이만큼 성장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진실이다. 언젠가 그 빚을 갚아야 할 의무가 있다고 느껴왔는데…. 이제야 그 일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그는 일단 베트남 출신 노동자들을 위한 위문공연을 준비 중이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오는 9월20일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서울 강서구 ‘88 제2체육관’에서 베트남 노동자들을 위한 축제 한마당을 펼치려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일하는 베트남 노동자는 2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대부분 불법체류자 신분이라 추석 때면 더욱 쓸쓸함에 시달릴 게 분명하다.” 불법체류자들의 향수를 달래주면서 서로의 마음을 조금씩 열어보자는 것이다. 문화관광부·중소기업중앙협의회 등의 협찬 덕분에 행사는 순조롭게 준비되고 있다. 그는 최근 주한 베트남 대사관쪽과 베트남 출신 가수나 코미디언들을 초청는 문제도 협의하고 있다. 긍정적인 답변을 받아냈다. 문제는 돈이다. 이들의 한국 체류 비용은 물론 어느 정도 대가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9월9일 오후에도 새천년민주당 등 도움이 될 만한 곳을 찾아 백방으로 뛰고 있었다. 그는 “앞으로 베트남 노동자와 참전 군인들의 화해, 라이따이한들의 한국인 아버지 찾기 등으로 계속 활동 영역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도움 주실 분: 한-베 친선문화교류협회 794-1113).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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