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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나는 평화를 변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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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09-11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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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형제처럼 살 수 있는 방안을 찾으려 했다. 그래서 나는 그를 변호한다.”

이스라엘에 맞서 자살폭탄공격을 꾸며 이스라엘인을 살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이스라엘 법정에 선 팔레스타인 정치 지도자의 변호를 유대인 여성이 맡았다. 유대계 프랑스인 변호사인 지젤 알리미(75)는 지난 9월6일 팔레스타인 인티파다(봉기)의 지도자인 마르완 바르구티(43)의 변론을 맡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감옥에서 한 시간 동안 바르구티를 만났고, 오는 10월3일 열리는 재판에서 내가 변론하는 데 그가 동의했다”고 말했다.

요르단강 서안의 라말라에서 지난 4월 이스라엘군의 습격을 받아 체포된 바르구티는 지금까지 “이스라엘 법정은 나를 재판할 권한이 없다. 재판정에 세워야 할 것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이다”며 국선 변호사나 아랍계 이스라엘인 변호사의 변론을 거부해왔다. 그는 팔레스타인에서 야세르 아라파트 자치정부 수반 다음으로 높은 지지를 받고 있고, 아라파트의 후계자로까지 거론된다.

알리미는 “바르구티는 두개의 자유로운 독립국가에서 두 민족이 평화롭게 살기를 바랐다”고 변호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자신도 “자유롭고 평등한 이웃처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공존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런 신념은 자신이 태어나 자란 튀니지에서의 경험에 기인한다고 했다. “문화나 조국에 대한 사랑이라는 측면에서 튀니지의 유대인한테는(다른 곳의 유대인보다) 튀니지의 이슬람교도가 가장 친밀하다.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인 간에는 공통점이 많다.”

알리미는 1950년대 프랑스의 지배에 맞선 알제리의 해방투쟁 과정에서 프랑스에 저항했다는 이유로 법정에 선 이들의 변론을 맡기도 했다. 현재는 중동의 평화와 인권개선을 위해 몇달 전 프랑스 파리에 설립된 ‘중동의 정의를 위한 변호사들’이라는 모임을 이끌고 있다.

황상철 기자/ 한겨레 국제부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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