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기지촌 성적매매 근절 한목소리… 여성단체의 대책 촉구에도 미군측 책임 회피
“주한 미군은 인신매매나 성매매 등 불법행위를 용인하지 않습니다. 이를 조장하거나 의도적으로 가담하지도 않습니다. 주한 미군 사령관들은 한국 경찰청에 미군기지 인근의 불법행위를 근절하도록 요청했습니다. 주한 미군으로서도 믿을 만한 증거가 나오면 철저히 조사하고 특정업소에 대한 출입금지를 명령할 것입니다.”
주한 미 대사관 공보참사관이 지난 8월29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린 ‘미군 기지촌 성매매 실태와 성적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원탁토론회’에서 밝힌 미국쪽의 의견이다.
인신매매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
<한겨레21>은 지난 7월 초 특집 ‘동맹 속의 인신매매’(418호)에서 한국 기지촌에서 벌어지는 국제 인신매매의 실태를 알리며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에 대책을 세울 것을 촉구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과 기지촌공동체 새움터, 이주·여성인권연대가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는 청와대 여성정책보좌관을 비롯해 여성부·경찰청 관계자, 국회 여성위원회 소속 의원 보좌관들이 다수 참석해 진지한 논의를 벌였고, <한겨레21>이 소개한 미국의 방송사 <폭스8>의 한국의 인신매매 리포트 요약분을 방송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군과 미국 정부의 태도는 여전히 모호했다. 앞서 미 대사관 공보참사관의 발표가 끝나자, 토론회장 일부에서는 웅성거림이 일어났다. “미군 정찰대(CP)와 수많은 미군들이 러시아·필리핀 여성들이 성매매를 목적으로 팔려와 감금상태로 일하고 있고 자신들이 이를 향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언하고 있는데, 믿을 만한 증거나 보고가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미 대사관 공보참사관은 “주한 미군 안에서도 논쟁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기지촌 클럽의 성매매·인신매매 단속 책임은 한국 정부에 있다”고 답변한 뒤 토론회장을 떠났다. 주한 미군은 성을 사는 행위는 1년형에 처하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다. 또한 미국은 2000년 반인신매매법을 만들며 국제 인신매매범죄와 전쟁을 선포한 상황이다. 그러나 미국의 인신매매 근절 의지는 유독 한국에 있는 미군들을 비켜가고 있다. 단 한명도 성구매로 처벌을 받은 일이 없고, 미 국무성이 발표한 인신매매 보고서에도 기지촌과 미군 문제는 빠져 있다. 새움터 김현선 대표는 “미군 당국은 성매매·인신매매 사실을 모른다고 말할 수 없다. 우리는 미국 정부에 이 사실을 알리고 방지대책을 마련하도록 압력을 넣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토론회 자리에서는 한국 정부의 책임이 더욱 강조됐다. 국제 인신매매 사례를 발표한 이주·여성인권연대 이금연 공동대표는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인신매매된 여성들은 E-6비자(예술흥행비자)를 통해 한국에 들어온다. 현지인력 모집, 비자 발급, 출입국 과정에서 이를 막지 않으면 한국 정부는 국제 인신매매를 암묵적으로 방조하거나 부추기고 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해외 현지에서 여성들을 모집하는 업체들의 파견사업 허가는 노동부 소관이고, 공연추천서는 영상물등급위원회가 내준다. 국내업소에서의 공연은 문화관광부에 관리책임이 있고, 여권 위조와 제3국을 통한 편법 비자 발급, 출입국 관리는 외교통상부와 법무부의 소관이다. E-6비자의 발급 대상은 한국에서 수익을 목적으로 흥행활동을 하려는 사람이다. 관광호텔이나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경우 영상물등급위원회의 공연추천서와 공연계획서, 신원보증서를 요구한다. 이와 함께 다른 비자와는 달리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테스트 증명서를 별도로 요구하고 있다. 동남아와 러시아 등지에서 오는 ‘인터걸’들이 ‘예술흥행’을 위해서만 입국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정부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99년 외국인의 국내공연을 허가제에서 추천제로 바꾸어 인신매매 브로커들이 활개를 치게 했고, 제3국 재외공관에서 인터뷰를 거치지 않은 채 비자를 내주는 탓에 미성년자의 위장입국이 공공연하다. 그 결과 E-6비자로 입국하는 이들은 97년 2211명에서 지난해 8586명으로 급속히 늘어났다. E-6비자 발급·브로커 등 대책 절실 이금연 대표는 “속아서 팔려온 여성들이 업소를 탈출했을 때 법적 보호를 받고 생계를 해결할 수 있도록 체류 문제와 노동허가 문제를 해결하고, 전용 쉼터를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라고 강조했다.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사진/ 지난 8월29일 '미군기지촌 성매매 실태와 성적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원탁토론회'가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렸다. (박승화 기자)
<한겨레21>은 지난 7월 초 특집 ‘동맹 속의 인신매매’(418호)에서 한국 기지촌에서 벌어지는 국제 인신매매의 실태를 알리며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에 대책을 세울 것을 촉구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과 기지촌공동체 새움터, 이주·여성인권연대가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는 청와대 여성정책보좌관을 비롯해 여성부·경찰청 관계자, 국회 여성위원회 소속 의원 보좌관들이 다수 참석해 진지한 논의를 벌였고, <한겨레21>이 소개한 미국의 방송사 <폭스8>의 한국의 인신매매 리포트 요약분을 방송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군과 미국 정부의 태도는 여전히 모호했다. 앞서 미 대사관 공보참사관의 발표가 끝나자, 토론회장 일부에서는 웅성거림이 일어났다. “미군 정찰대(CP)와 수많은 미군들이 러시아·필리핀 여성들이 성매매를 목적으로 팔려와 감금상태로 일하고 있고 자신들이 이를 향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언하고 있는데, 믿을 만한 증거나 보고가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미 대사관 공보참사관은 “주한 미군 안에서도 논쟁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기지촌 클럽의 성매매·인신매매 단속 책임은 한국 정부에 있다”고 답변한 뒤 토론회장을 떠났다. 주한 미군은 성을 사는 행위는 1년형에 처하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다. 또한 미국은 2000년 반인신매매법을 만들며 국제 인신매매범죄와 전쟁을 선포한 상황이다. 그러나 미국의 인신매매 근절 의지는 유독 한국에 있는 미군들을 비켜가고 있다. 단 한명도 성구매로 처벌을 받은 일이 없고, 미 국무성이 발표한 인신매매 보고서에도 기지촌과 미군 문제는 빠져 있다. 새움터 김현선 대표는 “미군 당국은 성매매·인신매매 사실을 모른다고 말할 수 없다. 우리는 미국 정부에 이 사실을 알리고 방지대책을 마련하도록 압력을 넣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토론회 자리에서는 한국 정부의 책임이 더욱 강조됐다. 국제 인신매매 사례를 발표한 이주·여성인권연대 이금연 공동대표는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인신매매된 여성들은 E-6비자(예술흥행비자)를 통해 한국에 들어온다. 현지인력 모집, 비자 발급, 출입국 과정에서 이를 막지 않으면 한국 정부는 국제 인신매매를 암묵적으로 방조하거나 부추기고 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해외 현지에서 여성들을 모집하는 업체들의 파견사업 허가는 노동부 소관이고, 공연추천서는 영상물등급위원회가 내준다. 국내업소에서의 공연은 문화관광부에 관리책임이 있고, 여권 위조와 제3국을 통한 편법 비자 발급, 출입국 관리는 외교통상부와 법무부의 소관이다. E-6비자의 발급 대상은 한국에서 수익을 목적으로 흥행활동을 하려는 사람이다. 관광호텔이나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경우 영상물등급위원회의 공연추천서와 공연계획서, 신원보증서를 요구한다. 이와 함께 다른 비자와는 달리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테스트 증명서를 별도로 요구하고 있다. 동남아와 러시아 등지에서 오는 ‘인터걸’들이 ‘예술흥행’을 위해서만 입국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정부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99년 외국인의 국내공연을 허가제에서 추천제로 바꾸어 인신매매 브로커들이 활개를 치게 했고, 제3국 재외공관에서 인터뷰를 거치지 않은 채 비자를 내주는 탓에 미성년자의 위장입국이 공공연하다. 그 결과 E-6비자로 입국하는 이들은 97년 2211명에서 지난해 8586명으로 급속히 늘어났다. E-6비자 발급·브로커 등 대책 절실 이금연 대표는 “속아서 팔려온 여성들이 업소를 탈출했을 때 법적 보호를 받고 생계를 해결할 수 있도록 체류 문제와 노동허가 문제를 해결하고, 전용 쉼터를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라고 강조했다.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