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때까지 대통령?
등록 : 2002-09-04 00:00 수정 :
자신에 대한 지지율에 늘 신경을 곤두세우는 세계 각국의 대통령이나 총리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블라디미르 푸틴(50) 러시아 대통령이다. 그에 대한 러시아 국민의 지지 열기는 ‘개인 숭배’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것도 사회주의 정권 때 자행한 우상화와는 달리 자발적 숭배다.
러시아의 첼랴빈스크 지역에서는 최근 에나멜로 푸틴의 얼굴을 그려넣은 주머니용 시계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다. 공무원이나 일반인 모두 ‘대통령 시계’를 구하기 위해 안달이 났다. 이 시계를 만드는 업체의 알렉산드르 아노소프는 “사람들은 국가의 상징물을 존경하고, 대통령의 얼굴은 국기와 국가처럼 나라의 상징물”이라고 말한다. 푸틴의 이름을 따는 것도 유행이다. 러시아 국민은 그의 이름을 성당과 집단농장, 심지어는 술집·빵·비스킷·토마토에도 붙인다. 텔레비전 방송의 작가들은 작품을 창작하는 “영감의 원천”으로 푸틴을 칭송하기까지 한다.
이런 현상은 보리스 옐친 정권 때 무너진 강대국 러시아의 자존심을 푸틴이 되살릴 것으로 국민이 믿기 때문이다. 푸틴 정권은 실제로 무너진 경제를 일으키고, 미국 등 서방국가에 빌붙지 않으면서도 독립된 외교행보를 하며 옛 명성을 찾고 있다. 그래서 푸틴은 죽을 때까지 대통령을 할 것이라는 섣부른 전망도 나온다.
당사자인 푸틴은 이런 현상에 조금 당혹스러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크렘린궁도 국민의 ‘지나친’ 지지가 ‘개인 숭배’로 이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그래서 정부는 푸틴의 이름을 딴 상표나 상호의 등록을 거부하고, 관리들은 술집을 찾아다니며 푸틴과 관련된 모든 물건을 없애라고 설득하지만 맹목적인 푸틴 숭배 열기는 좀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황상철 기자/ 한겨레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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