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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채권쟁이’의 승승장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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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09-04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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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정용 기자)
“주식은 개인들이 쉽게 투자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관심이 많지만 실제로 우리 경제를 움직이는 펀더멘털은 금리입니다. 기관투자가들의 유가증권 운용규모도 주식보다 채권이 더 큽니다.” 외환위기 이전의 채권 투자패턴은 산 뒤 그대로 장롱 속에 넣어두는 이른바 ‘바이 앤드 홀드’(Buy & Hold)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다 보니 시시각각 변하는 채권시장 흐름에 대한 시장보고서도 형식적인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97년 가을, “박스권에서 움직일 듯”과 같은 방향성이 분명치 않은 기존 채권보고서를 과감히 버린 ‘채권쟁이’가 있었다. 현재 삼성투신운용 채권운용팀장으로 있는 박성진(35)씨다. “당시 어떻게 하면 채권시장을 재미있고 쉽게 쓸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모호한 금리예측 대신 한번 내 목을 걸고 금리가 오를 것이다, 내릴 것이다라고 분명하게 의견을 피력했죠. 나는 이렇게 본다는 식으로 ‘찍은’ 겁니다.”

그의 독특하고 날카로운 ‘일일채권시장보고서’는 황무지나 다름없던 채권시장 동향 분야에 일대 파란을 불러일으켰다. 채권시장에서 최초의 본격 채권데일리로 큰 호평을 받은 데 이어 한국은행·금융감독원 등에 날마다 배달됐다. 때마침 외환위기가 닥쳤고, 명쾌한 논리로 작성된 그의 일일채권보고서는 더욱 빛을 발했다. 채권상품은 만기가 되면 별 탈 없이 원리금을 챙길 수 있다는 믿음이 깨진데다 일반인들이 점차 금리에 눈뜨면서 채권시장보고서가 또다시 주목받은 것이다. “살인적 고금리로 회사가 줄줄이 망하거나 신용위험이 커지면서 채권투자금을 날리는 일이 터지기 시작했죠. 업계에서는 천문학적 규모의 채권투자 평가손실금액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한창 대중적 인기를 끈 일일채권보고서 덕분일까. 박 팀장은 채권쟁이의 길에 들어선 지 7년 만에 최근 업계 최연소 채권운용팀장으로 승진했다. 속칭 ‘하우스’(채권운용업체)마다 안정적인 우량 회사채냐, 고수익이 가능한 정크본드(신용등급이 낮은 투기채권)에 투자할 것인지를 놓고 스타일이 제각각인데, 그의 스타일은 어떨까. “그 회사의 회사채 금리가 적합한지를 판단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안팎의 경제여건을 고려할 때 지금은 채권투자에 신중해야 할 때죠.”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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