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성적 억압을 반대한다”
등록 : 2002-08-28 00:00 수정 :
“성적 소수자 인권을 옹호하는 운동에서 모든 종류의 성적 억압에 반대하는 운동으로 나가야 한다.” 지난 8월23일 저녁 7시30분 서울 광화문 흥국생명 빌딩에서 ‘미국 성적 소수자 인권운동으로부터 교훈’을 주제로 강연한 남캘리포니아대학
월터 윌리엄스(53·인류학) 교수는 지난 50여년간 미국 동성애 인권운동이 취한 전략과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한국 활동가들에게 이렇게 주문했다. “동성애나 트랜스젠더의 인권운동을 ‘성적 소수자 인권운동’으로 명명할 경우, 소수의 사람만이 관심을 둘 뿐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어려운 사람들을 포괄할 수 없다. 성적 소수자에 국한하지 않는 모든 종류의 성적 억압에 반대하는 흐름을 만들어낼 때 주류 사회의 호응도 끌어낼 수 있다.”
한국 방문이 처음인 그는 서울대 역사학회 초청으로 ‘고대 동성애의 역사’에 대한 발표를 하러 왔다가, 스스로 한국의 동성애 인권활동가들을 찾아 강연회 마련을 부탁했다. <국제 게이 레즈비언 리뷰>(
www.usc.edu/gayreview)의 편집장이자, <영혼과 육체:미국 인디언 문화의 성적 다양성> 등 다양한 동성애 역사서를 출간해온 그는 지난 20년간 미국 및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지역에서 활발한 동성애 인권운동을 벌여왔다. 지난해에는 중국 국립대인 베이징대학에서 최초로 동성애를 주제로 강연한 뒤 이 대학에서 ‘제1회 동성애영화제’가 열리도록 지원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 동성애 인권운동이 겪은 시행착오로 “활동가들 사이의 갈등과 분파주의”를 지적하면서 “분파 간 서로 무너뜨리고자 노력하는 모든 시간과 에너지들을 양쪽 간의 대안을 위해 쓰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그는 효과적인 미디어, 종교 설득 전략 및 사이트 운영방법과 단체의 활동기금 마련 방안 등을 소개해 활동가들의 귀를 솔깃하게 해 밤 10시가 넘도록 질의응답이 끝나지 않았다.
조만간 <섹슈얼리티의 역사> <전세계 동성애의 역사> 등을 출간할 계획인 그는 “한국 활동가들이 손을 내밀면 언제든 달려오겠다”며 미국으로 돌아갔다.
글·사진 김아리 기자/ 한겨레 사회1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