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 ·
  • 씨네21 ·
  • 이코노미인사이트 ·
  • 하니누리
표지이야기

사과나무에 과학영농의 결실이…

327
등록 : 2000-09-27 00:00 수정 :

크게 작게

“전국에서 사과를 재배하는 농가치고 우리 밭에 와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입니다. 1년에 줄잡아 3천여명의 농민들이 찾아와 제 사과 재배법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사과를 전문적으로 재배해온 유모열(45·충북 음성군 보람농원)씨는 사과재배 신기술을 가르쳐 달라는 농민들의 성화로 정작 자신의 사과는 돌볼 겨를조차 없다. 20여년간 사과농사를 지어오면서 유씨가 터득한 신기술은 염지기(捻枝機)를 이용해 사과나무를 촘촘히 심는 이른바 밀식(密植)재배법이다. 이 기법은 철사를 이용해 위로 뻗는 사과나무 가지를 수평 이하로 내려, 좁은 면적에서 좀더 많은 수확량이 나고 품질도 우수한 사과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가지가 위로 웃자라면 나무만 크고 사과는 제대로 달리지 않는다는 데 착안해 개발했다.

“사과나무 가지가 약해야 꽃이 빨리 만들어지고 조기에 수확할 수 있지요. 분재하듯이 철사를 Y자형으로 감아내려 꽂아 놓으면 사과나무가 이를 타고 수평 이하로 내려오면서 굳어지죠. 힘이 가지로 가지 못하게 하는 겁니다.”

염지기는 자꾸 솟구쳐 오르려는 가지를 밑으로 내리는 데 쓰이는 Y자형 철사를 만드는 기구로, 집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도록 유씨가 손수 개발했다. 이 신기법을 이용하면 사과를 따는 데 드는 품도 적게 든다.

사과재배법을 소개한 일본 책을 보고 시도해봤지만 번번이 실패만 거듭하던 유씨는 지난 85년부터 몇 차례 일본 현지를 직접 찾아가 밀식재배법을 배우고 나름대로 연구했다. 유씨는 자신이 개발한 이런 방법을 이용해 1천㎡당 7천㎏가량의 사과를 생산, 일반농가에 비해 생산량을 75%나 늘렸다. 그래서 1만여㎡의 자신의 사과 밭에서 한해 7천만∼8천만원의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

“과거에는 경북능금이 재배기술에서 앞서 있었는데 이제는 경북지역 사과농가들도 다들 제 과수원으로 견학오고 있습니다.”

유씨의 과학영농이 전국에 알려지면서 대학 등지에서 유씨에게 자문을 구하더니 3년여 전부터는 아예 여기저기서 강사로 모셔가고 있다. 안동대 원예학과와 건국대 충주캠퍼스는 물론 경기도 안성 농업연수원, 각 지역 사과작목반 등에 나가 자신의 신기술을 강의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사과재배꾼으로 인정받고 있는 유씨는 요즘 인터넷을 이용해 또다른 새 재배기술을 찾고 있는 선진 영농인이다.


조계완 기자kyewan@hani.co.kr


좋은 언론을 향한 동행,
한겨레를 후원해 주세요
한겨레는 독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취재하고 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