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시험에 빠지는’파일럿
등록 : 2002-08-28 00:00 수정 :
“초도비행은 말 그대로 시작입니다. 앞으로 양산 1호기가 출하될 때까지 더 많은 난관이 있을 겁니다.”
지난 8월23일 경남 사천 공군기지에 신형 항공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공군이 지난 97년 10월부터 준비해온 초음속 항공기 T-50(일명 골든이글)이 첫 시험비행에 나선 것이다.
이날 시험비행에 나선
조광제(39·공사 33기) 중령은 F-15, F-18, 라팔 등 30여 기종을 조종해본 베테랑 전투기 조종사다. 지난 85년 임관한 그는 공군의 주기종인 KF-16 450시간을 포함해, 지금까지 모두 2500여 시간을 창공에서 보냈다.
신형 항공기 시험비행을 안전이 완벽히 보장된 상태에서 실시하기란 불가능하다. 항공기 개발의 성숙도에 따라 불안전 요소를 최소화할 뿐 잠재적인 불안요소는 언제나 있다. 신형 항공기 시험비행이 때로 목숨을 건 도박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로 이날 40여분에 걸친 시험비행 내내 조 중령은 랜딩기어를 접지 않았다. 언제든 비상착륙을 해야 할 상황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조 중령이 본격적으로 시험비행 조종사의 길로 들어선 것은 93년 6월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국립시험비행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다. 세계 최초로 초음속을 돌파한 척 예거의 “나의 마지막 비행이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문구를 되새기며 버틴 1년여의 유학생활은 혹독했다.
“오전 비행훈련과 오후 이론강의가 쉴새없이 진행됐습니다. 특히 최종학기에는 한번도 접해보지 못한 항공기를 가지고 시험계획·시험비행·비행분석 등을 하느라 밤샘을 밥먹듯 해야 했죠. 너무 힘든 탓에 시험비행 조종사 자격을 취득한 다음날 바로 귀국해버렸습니다.”
귀국 직후 공군 시험비행 조종사로 KTX-1 개발시험에 뛰어든 그는 3년여에 걸쳐 200여 시간의 시험비행을 수행해 최초의 국산 훈련기 KT-1 탄생에 기여하기도 했다.
조 중령은 “T-50이 초음속 항공기이긴 하지만, 개발 뒤 조금씩 고도를 올리고 속도로 높이기 때문에 실제 초음속을 돌파하는 시점은 내년 중반이나 돼야 가능할 것이다. 2005년 8월 양산 1호기가 공군에 인도될 때까지 시험비행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자체 개발한 고유 모델의 초음속 항공기를 보유한 나라는 12개국에 지나지 않는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