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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월경, 남성의 첫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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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08-21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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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승화 기자)
“심한 생리통은 결혼하면 감소된다? 이런 속설에는 우리 사회의 은밀한 결혼 이데올로기가 숨어 있습니다. 여성에게 은근히 결혼을 강요하잖아요. 또 탐폰을 사용하면 처녀막이 손상된다? 이런 속설 역시 여성에게 처녀막 보호를 강요하는 순결 이데올로기가 깔려 있습니다.”

지난 8월18∼19일 서울 명동거리와 신촌 가로수공원에서 열린 월경페스티발 거리홍보전에서 흘깃흘깃 쳐다보며 지나치려는 행인들을 붙잡아 월경을 둘러싼 편견과 숨겨진 이데올로기를 깨주는 작업을 도맡은 박이헌(20·대학생)씨. “부모성을 같이 써서 성은 박이, 이름이 헌”이라며 부모성을 강조하는 그는 학내에서 여성주의 소모임을 이끌면서, 이번 여름방학은 기지촌 활동 세미나와 월경페스티발 준비에 반납하는 등 여성주의 활동에 열심이다. “가부장적 사회에 대해 불만이 많아서 여성주의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그는 지난해 월경페스티발을 구경갔다가 “여동생과 어머니가 분명히 월경을 했을 텐데, 집안에서 한번도 생리대를 보거나 월경에 대해 이야기를 들은 적이 전혀 없었다는 생각이 퍼뜩 들면서 우리 사회가 왜 여성들의 자연스런 생리현상을 숨기게 만드는가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며 “나의 고민과 새로운 발견을 다른 사람과도 나누고 싶어 이번에는 직접 활동가로 뛰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자다 보니 당황스러운 일도 많이 겪었다. 나이가 지긋한 한 아줌마는 “어디 남자가 이런 일을 하냐”며 호통을 쳤고, 젊은 여성들은 그 앞에서 도통 얼굴을 들지 않았다. 여성학적 지식을 이용해 여성들을 희롱한 최근의 사건들 때문에 “요즘은 말과 행동이 늘 조심스럽다”는 그는 “하지만 여성주의는 내 안의 가부장성을 발견해가는 즐거운 작업”이란다. 오는 24∼25일 홍대 앞과 대학로에서 열리는 거리홍보전에서도 시종일관 행복한 표정으로 행인들과 월경 이야기를 나누는 그를 만날 수 있다. 31일 오후 5시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열리는 제4회 월경페스티발 본행사는 장애 여성과 트랜스젠더 등으로 참여 범위를 넓힌데다, 연극과 춤 노래 등 볼거리를 더욱 풍성하게 준비했다.

김아리 기자/ 한겨레 사회1부 a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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