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 ·
  • 씨네21 ·
  • 이코노미인사이트 ·
  • 하니누리
표지이야기

“너무 싸돌아다니지 마!”

423
등록 : 2002-08-21 00:00 수정 :

크게 작게

외유 대통령!

올루세군 오바산조(65) 나이지리아 대통령이 국내에 만연한 빈곤과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문제를 제쳐두고 해외로 나돌아다녀 탄핵 위기까지 몰렸다. 대통령 재임 기간의 3분의 1을 해외에서 보내며 국고를 탕진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오바산조 대통령은 1999년 5월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100여 차례나 외유를 했고, 370여일을 해외에서 보냈다.

나이지리아 하원의 압둘라히 구멜 의원은 “외국에서 우리를 통치하도록 오바산조를 대통령으로 뽑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나이지리아 언론들도 앞다퉈 대통령의 지나친 외유를 비난하고 있다. 일간 <디스 데이>는 최근 사설에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23년 동안 재직하며 해외 순방을 한 횟수보다 오바산조 대통령이 지난 3년간 외유를 한 횟수가 더 많다. 변명의 여지가 없고 몰지각한 대통령이며, 국가 재정만 낭비한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오바산조 대통령쪽은 이런 비판을 강하게 반박한다. 국가의 필요에 따라 외국을 방문한 만큼 시비를 걸 일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대통령실은 “외국 방문은 필요와 판단, 나이지리아의 전반적 이익에 근거하고 있다. 대통령의 순방으로 나이지리아에 대한 평판이 놀랄 만하게 좋아졌다”고 말했다. 정부는 대통령 전용기가 지난해 스위스에서 고장을 일으키자 4200만달러짜리 전용기를 새로 사들이기도 했다. 그러나 국민의 삶은 비참하다. 나이지리아 인구 1억2천만명 가운데 7천만명이 절대 빈곤에 시달리고, AIDS 감염자가 350만명에 이른다.

대통령의 부패와 국고 낭비 등을 비난하는 나이지리아 의회는 일단 오바산조 대통령한테 사임을 권고했고, 사임하지 않으면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나 상원이 지난 6월 탄핵을 요구하고 나섰다 대통령과 협상을 벌여 이를 철회했고, 하원도 전에 탄핵을 추진했다 실패한 적이 있어 오바산조 대통령의 잦은 외유로 불거진 이번 탄핵 추진이 성공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황상철 기자/ 한겨레 국제부 rosebud@hani.co.kr



좋은 언론을 향한 동행,
한겨레를 후원해 주세요
한겨레는 독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취재하고 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