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푸라기 들 힘만 있어도 섹스 가능… 언제까지 노인의 성을 가둬둘 건가
“아이 좋아!” “아이 좋아라!”
70살이 넘은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감탄사를 연발하며 실제로 정사에 몰입한다. 삽입에 들어가기 전 상대를 애무하는 손길은 ‘지극정성’이다. 삶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그 희열의 나날을 기록하고 싶었던 걸까. 할아버지는 ‘일’을 치른 날과 그냥 넘어가는 날을 달력에 꼬박꼬박 표시해둔다. 놀랍게도 그냥 건너뛰는 날은 불과 하루이틀 차이다. “낮거리”라 써놓는 일도 생긴다.
현실에서도 연인 사이인 할아버지, 할머니가 출연한 영화 <죽어도 좋아>(감독 박진표)의 한 대목이다. 시나리오를 만들고 촬영한 것이지만, 진짜로 벌어지는 정사 장면이 주는 ‘교육적 충격’은 대단한 것이다. 피부가 쭈글쭈글해지는 60줄에 들어서면 섹스는 딴 세상 일이겠거니 생각했던 이들이라면, 70대 노인의 우뚝 선 성기와, 이들의 애무와 탄성이 성인 남녀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갑자기’ 깨닫게 된다.
죽어도 좋은 70대 노인의 정사
“저희 아버지는 60살에 홀로 되셨고, 78살에 돌아가셨습니다. 재혼시켜 드리려고 누이들과 상의했을 때, 누이들이 노인네가 뭘 하느냐고 얘기하더군요.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중1 때 옥상에서 70대 노인네가 자위행위를 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노인들의 성을 감추고 창피하게 얘기합니다. <죽어도 좋아>를 보니 박진표 감독이 노인들의 숨어 있는 삶을 밝혀주는 대표자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죽어도 좋아>가 제한상영등급을 받아 개봉이 불가능해지자 8월7일 서울 종로구 관훈동 미로스페이스에서 시민단체 토론회가 열렸다. 그곳에서 47살의 은행원이라고 밝힌 한 시민이 털어놓은 아버지에 얽힌 기억은 “노후의 성생활이 노인복지 문제의 절반”(한국노인문제연구소 강지현 박사)이라는 이유의 일단을 드러내준다. 노년에도 줄지 않는 성욕과 능력에 대한 젊은 세대의 무지와 외면, 그리고 이런 아들딸들의 ‘희망’대로 이제 성과는 무관하다는 듯 속내를 감출 수밖에 없는 노인들의 일반화된 경향이 끈끈하게 얽혀버린 현실. 탑골공원을 성역화하면서 그 부근인 서울 종로구 경운동에 만든 서울노인복지센터에는 하루 평균 3500여명의 노인이 드나든다. 남녀가 마주치는 곳엔 어김없이 사랑이 생겨난다. 김아무개(76·남)씨와 유아무개(76·여)씨는 매일 이곳에서 하루 종일 데이트를 즐긴다. 2년 전 유씨가 55년 만에 탑골공원를 찾아 유적을 유심히 보고 있었다. 김씨가 다가와 “안경 안 쓰고도 잘 보이나요. 우리가 살면 얼마나 살아요, 즐겁게 삽시다”라고 말을 걸면서 연애가 시작됐다. 유씨는 29년 전 이혼한 뒤 수많은 구애를 받아왔지만 김씨에게 비로소 맘을 열었다. 유씨가 “여기 좀 봐, 나허고는 달리 이 양반은 주름살도 없어. 허스키하게 노래를 잘하는데 혈압이 높아서 내가 잘 못하게 해” 하며 김씨의 손과 목덜미를 어루만지는 손길이나 이를 바라보는 김씨의 눈길이 애절하기 그지없다. 사랑이 뜨거워지면 한시도 떨어져 있기 싫은 게 인지상정이다. 할아버지는 할머니에게 자기 호적에 이름 올리고 같이 살자고 제안했지만, 할머니는 거절했다. “살면 얼마나 오래 산다고…. 아이들 보기도 그렇고. 그냥 이대로가 좋다고 생각했지.” “30대 성욕을 그대로 느끼며 산다”
수전증으로 거동이 불편할 정도지만 김씨의 애정 공세는 젊은이들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길가다가도 갑자기 껴안고 뽀뽀하고 그래요. 그러지 말라고 해도 자꾸 그래요. 여관에 가자고도 그러는데, 그럴 수야 있나.” 유씨의 말에 희미하게 미소짓는 김씨에게 귓속말로 물었다. “30대 때하고 비교해보면 성욕이 줄어드나요?” “똑같애.”
이중의 걸림돌이 느껴졌다. “풍기문란하면 안 되잖아”라는 유씨의 말처럼 노인을 점잖게만 바라보려는 사회의 시선을 스스로 체화한 모습이 첫 번째다. 성인들도 <죽어도 좋아>를 봐서는 안 된다고 준엄하게 판결짓는 세태 그대로다. 또 하나는 둘 사이의 애정을 적극적으로 자랑하는 말과는 달리 몸으로 나누는 표현에는 유난히 인색한 할머니의 어쩔 수 없는 ‘이중성’이다. 여성에게 특별히 주입된 성차별적 교육의 흔적이 역력하다. 유씨는 “일제 때 일본에 건너가 제국주의 교육을 받았고, 해방 후에는 사회생활을 꾸준히 했다”고 말했다.
‘고령화사회에 있어 노인의 성생활 실태에 대한 연구-경기도 수원시 거주 노인을 중심으로’(2001년)라는 박형규씨의 석사 논문에서 성생활에 지장을 주는 요인을 보면, 여성의 경우 1순위는 “창피해서”(37.5%)이고 2순위는 “점잖지 못한 것 같아서”(28.1%)다. 이건 1순위 “건강상의 이유”(20%), 2순위 “나이로 인한 성기능 감퇴”(24%)로 나타난 남성의 경우와 확연히 다르다. 수원 지역에 사는 65살 이상 노인 130명을 조사한 결과다.
노인문제연구소의 박재간(79) 소장은 노년의 성 문제를 일목요연하게 단숨에 설명해준다.
노인들도 지푸라기 하나를 들어올릴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누구나 성생활이 가능하다. 노인도 젊은이들 못지않게 성욕구가 있다. 남성 노인은 70대 들어서도 육체적 욕구를 느낀다. 여성의 경우, 욕구는 마찬가지라도 질 분비물이 줄어드는 등 신체적으로 변화가 오기 때문에 부담을 느낀다. 통증을 느끼니까 기피하는 거다. 서구 사회에서는 할머니를 위한 윤활 약을 약국 등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어 젊은이들 못지않게 성생활을 즐긴다. 우리나라도 실버산업에서 이를 해줘야 한다. 이상한 것은 젊은이들이다. 자기들은 자유롭게 만나서 식사하고 놀면서 노인들이 그러면 손가락질한다. 점잖지 못하다고. 이런 이기적인 게 어디 있나. 노인들은 이걸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노인들이 젊은이들보다 더하다. 노인들은 아들딸들에게 부양받기 때문에 흉잡히지 않고 잘 보이도록 노력할 수밖에 없다. 노인에 대한 이런 차별대우는 우리가 경로효친의 나라가 아니라 경로학대의 나라라는 걸 보여준다.
껴안아도 쾌감 느껴… 동거 주선이 효도
지푸라기 들 힘만 있으면 섹스가 가능하다는 건 지나친 말이 아니다. 서울대 의대 보라매병원 비뇨기과의 손환철 교수는 “성적 능력은 성인이나 노인이나 차이가 없기 때문에 미성년과 성년으로 나누는 구분은 적절할지 몰라도 노인과 성인을 나눠 구분하는 건 아주 부적절하다”며 “나이가 들었다고 하더라도 성생활을 즐기느냐 마느냐는 전적으로 개인의 자유에 달렸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나에게 발기부전을 치료받으러 오는 환자 가운데 80살이 넘으신 분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노년의 성생활에서 삽입성교가 전부는 아니다. 친밀감의 교류만으로도 적절한 쾌감을 느낀다고 한다. 키스·껴앉기·애무는 물론이고 손을 만지고만 있어도 만족스러운 경우가 많다는 게 성생활에 적극적인 노인들의 이야기다. 대구에 사는 애인을 정기적으로 만나는 김아무개(72)씨는 “(성기를) 그냥 대고 있는 것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돈에 얽힌 문제는 의외로 중요하다. 나이차를 막론하고 남녀 교제에 필수적인 건 돈이어서, 앞서 언급한 김씨, 유씨 연인이 현실적으로 가장 아쉬워하는 게 돈이었다. 김씨는 애인에게 사주고 싶은 것도, 함께 놀러가고 싶은 곳도 많은데 돈이 문제라고 한다. 홀로 된 노인이 성생활을 지속하려면 재혼이 최선이겠지만 경제적으로 자식에게 의지하는 경우 여러모로 간단치 않다. 또 돈이 제법 있어도 문제다. 자녀들이 유산 상속 문제로 재혼을 꺼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서울여대 노년학과 이윤로 교수는 “상속 문제 때문에 자식과 거리가 생겨 왕래가 끊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이런 문제 때문에 현재로는 동거가 가장 유용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런 점들에 비춰보면 올해 들어 정아무개(69·여)씨와 동거에 들어간 오아무개(82·남)씨는 아주 행복한 경우다. 오씨는 이따금 해외여행을 갈 수 있을 정도로 돈에 관해 여유롭다. 운동을 많이 할 수 있어서 나이에 비해 건강하다. 그의 주변에서 많은 할머니들이 애를 태웠고, 동거에 들어가자 시샘의 소리가 쏟아졌을 정도다. 오씨가 자유롭게 동거에 들어갈 수 있었던 배경에는 돈의 직간접적 도움도 있었겠지만 자녀들이 해외로 이민갔다는 홀가분한 상태도 중요했다.
노인들의 행복을 가로막지 말라
<죽어도 좋아>의 주연인 박치규(73)씨와 이순예(71)씨는 지난 6월부터 서울의 한 노인복지센터에 다니고 있다. 다른 커플들과 달리 둘 사이에 문제가 생기면 늘 상담을 신청해 자신들의 문제를 객관화한 뒤 풀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센터의 관계자가 전했다. 이들 연인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건 성생활 이상이다. 사랑을 나누는 마음가짐이나 태도가 어떠해야 하는지, 노년에 들어서도 행복해지려면 자기 자신에 대한 애정과 자신감이 필요한데 그게 어떤 것인지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영화를 보며 생각을 나눌 기회를 막는 현실, 그게 우리 노년이 처한 성 문제의 쓸쓸한 단면이다.
글 이성욱 기자 lewook@hani.co.kr
사진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저희 아버지는 60살에 홀로 되셨고, 78살에 돌아가셨습니다. 재혼시켜 드리려고 누이들과 상의했을 때, 누이들이 노인네가 뭘 하느냐고 얘기하더군요.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중1 때 옥상에서 70대 노인네가 자위행위를 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노인들의 성을 감추고 창피하게 얘기합니다. <죽어도 좋아>를 보니 박진표 감독이 노인들의 숨어 있는 삶을 밝혀주는 대표자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죽어도 좋아>가 제한상영등급을 받아 개봉이 불가능해지자 8월7일 서울 종로구 관훈동 미로스페이스에서 시민단체 토론회가 열렸다. 그곳에서 47살의 은행원이라고 밝힌 한 시민이 털어놓은 아버지에 얽힌 기억은 “노후의 성생활이 노인복지 문제의 절반”(한국노인문제연구소 강지현 박사)이라는 이유의 일단을 드러내준다. 노년에도 줄지 않는 성욕과 능력에 대한 젊은 세대의 무지와 외면, 그리고 이런 아들딸들의 ‘희망’대로 이제 성과는 무관하다는 듯 속내를 감출 수밖에 없는 노인들의 일반화된 경향이 끈끈하게 얽혀버린 현실. 탑골공원을 성역화하면서 그 부근인 서울 종로구 경운동에 만든 서울노인복지센터에는 하루 평균 3500여명의 노인이 드나든다. 남녀가 마주치는 곳엔 어김없이 사랑이 생겨난다. 김아무개(76·남)씨와 유아무개(76·여)씨는 매일 이곳에서 하루 종일 데이트를 즐긴다. 2년 전 유씨가 55년 만에 탑골공원를 찾아 유적을 유심히 보고 있었다. 김씨가 다가와 “안경 안 쓰고도 잘 보이나요. 우리가 살면 얼마나 살아요, 즐겁게 삽시다”라고 말을 걸면서 연애가 시작됐다. 유씨는 29년 전 이혼한 뒤 수많은 구애를 받아왔지만 김씨에게 비로소 맘을 열었다. 유씨가 “여기 좀 봐, 나허고는 달리 이 양반은 주름살도 없어. 허스키하게 노래를 잘하는데 혈압이 높아서 내가 잘 못하게 해” 하며 김씨의 손과 목덜미를 어루만지는 손길이나 이를 바라보는 김씨의 눈길이 애절하기 그지없다. 사랑이 뜨거워지면 한시도 떨어져 있기 싫은 게 인지상정이다. 할아버지는 할머니에게 자기 호적에 이름 올리고 같이 살자고 제안했지만, 할머니는 거절했다. “살면 얼마나 오래 산다고…. 아이들 보기도 그렇고. 그냥 이대로가 좋다고 생각했지.” “30대 성욕을 그대로 느끼며 산다”

사진/ 노인의 사랑이야기를 정면에서 다룬 영화 <죽어도 좋아>. 제한상영등급을 받아 개봉이 불가능해지자 제작사는 8월9일 재심을 신청했다.

사진/ 전문가들은 노년의 성문제를 해결하려면 노인들끼리 자연스레 어울릴 만남의 장소를 많이 만들어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노인복지센터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할머니, 할아보지들.
사진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