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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장애인에 대한 기본적 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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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08-13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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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종수 기자)
‘장애인 이동권 확보’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한 지 한참 됐다. 장애인들이 길바닥에 드러누운 채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 시큰둥하다. 인도의 턱은 여전히 높고, 대중교통 이용은 위험천만하다. 장애인 단체들은 현재 450만 장애인 대다수가 아예 바깥세상과 담을 쌓은 채 집안에만 머문다고 추산한다. 그들에게 바깥세상은 너무 위험하고, 힘겨운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앞으로도 장애인은 계속 ‘방콕’ 신세를 져야 할까. 아니다. 개선방법은 없는 걸까. 물론 있다. 사회 구성원들이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된다. “그렇게 간단하냐?”, “돈이 얼마나 드는데?”라고 반문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조은영(24)씨 생각은 좀 다르다. “그것은 장애인 시설에 대한 투자가 아니에요. 그저 유니버설(보편적인) 디자인일 뿐입니다. 장애인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은 임산부나 노인, 어린이까지 별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어요. 그런데 사람들은 유독 장애인을 위해 뭔가 특별비용을 추가 지출한다는 잘못된 생각에 사로잡혀 있어요.” 서울대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는 조씨는 지난 6주 동안 이런 사실을 절감했다. 사단법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www.cowalk.or.kr)에서 실습생으로 활동하면서 이런 현실에 직접 부닥쳤기 때문이다.

그는 주로 장애인을 위한 이동통로에 관한 정보수집에 전념했다. 전철역, 주요 공공시설을 직접 발로 뛰면서 장애인이 가장 편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동선을 개발한 뒤 인터넷을 통해 관련정보를 제공하는 일이다. 장애인용 지도 제작자인 셈이다. 문제는 이동로 자체를 확보할 수 없는 공간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8·8 재보선 기간에 실시한 투표구에 대한 표본조사는 이런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줬다.그는 동료 실습생들과 전국 158개 투표소 가운데 61.4%인 97개 투표소를 조사했다. 결과는 예상보다 심각했다. 휠체어 장애인이 이동할 수 있는 경사로가 설치된 투표소는 겨우 45.9%. 지하층이나 2층 이상 장소에 투표소를 설치한 곳은 11.5%나 됐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리프트나 엘리베이터도 없었다.

그는 “선거권은 헌법에 보장된 정당한 권리 아닌가요. 그런데 선관위가 장애인과 같은 소수자의 참정권을 봉쇄하고 있어요. 올 12월 대선 때는 모든 장애인들이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게 투표소를 경사로가 확보된 1층에 설치하거나, 1층이 곤란하면 적어도 엘리베이터나 리프트가 설치된 곳에 투표소를 만들어주세요. 이건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와 관심의 문제예요. 더욱이 노인·임산부의 투표 참여를 높이는 효과도 있고요”라고 덧붙였다.

신승근 기자 skshin@ham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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