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마를 떨치고 올곧게 살리라!
등록 : 2000-09-27 00:00 수정 :
7층 계단을 헉헉 거리며 올라왔다.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상희야!”
‘아는 목소린데…’ 마치 강렬한 빛에 반사된 듯 친구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누구니….”
중앙대 심리학과 3학년 신상희씨. 파란만장한 90년대를 보낸 스물여덟의 늦깎이 여대생은 2000년대 초입에 그렇게 쓰러졌다. 만성골수성 백혈병. 그의 혈관 속에 똬리를 튼 병마의 이름이다.
89년 인헌고등학교에 입학한 신씨는 그저 장구소리가 좋아 전통문화연구반에 들었다. 서클에서 풍물만 배운 것은 아니었다. 교육현실을 고민하게 됐고, 역사와 철학에 눈떴다. 예민한 사춘기 소녀는 ‘좀더 나은 세상’에 대한 꿈에 매혹되었다.
대학에 가지 않았다. 졸업 뒤 곧바로 지역운동단체에 들어가 고등학생운동을 계속했다. 낮에는 신문배달, 식당일 등 온갖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저녁이면 부랴부랴 단체로 달려가야 하는 힘겨운 생활이었지만 신념 하나로 버텼다. 하지만 95년 어느 날 “내가 만들고 싶은 세상은 어떤 모습인가?”라는 스스로의 물음에 답하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회의가 밀려들었다. 조금 쉬겠다는 생각으로 단체를 나왔다. 그는 그때를 “어떤 사람도 만나기 싫었던 암흑기”라고 돌이켰다.
좀더 겸허한 자세로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비에 생활비까지 혼자 해결해야 하는 형편이었지만 입시공부에 매달렸다. 무엇보다 ‘사람’이 궁금했다. 사람을 이해해야 세상도 보이고, 그동안 쌓여온 갑갑증도 풀릴 듯했다. 심리학을 전공으로 택한 건 그런 이유였다. 중앙대 심리학과 98학번. 10년 가까운 방황한 끝에 그가 찾은 자리였다. 3년 내내 과수석을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불행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98년 12월 갑작스럽게 동생을 잃었다. 뺑소니 교통사고였다. 어머니를 잃었을 때도 그렇게 참혹하진 않았다. 가까스로 자신을 추스려 다시 씩씩한 신상희로 돌아올 무렵, 이번엔 백혈병이 그를 덮쳤다.
지난 9월8일 중대용산병원에 입원한 뒤 상태가 조금씩 좋아지고 있지만 걱정은 여전히 태산이다. 무일푼 고학생에겐 한달에 수백만원에 이르는 입원비부터 턱없이 버겁다. 수천만원에 이르는 골수수술은 엄두도 못낼 지경이다. 인헌고와 중앙대 동문들이 돕고 있지만 이들의 힘만으로는 부족한 상태. 수술비와 입원비를 도와줄 사람이나 재단을 찾고 있다. 조금만 도와준다면 그는 다시 훌훌 털고 일어설 거다. 90년대 내내 그랬던 것처럼. 연락처는 016-351-5691, 후원계좌는 기업은행 035-034822-02-019, 예금주 이은영이다.
신윤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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