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하기 그지 없는 지하구조물 밖에는 상권 붕괴를 걱정하는 상인들의 우려가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지난 7월25일 오후 청계3가 제일은행 맞은편의 도로 한켠에 있는 공사장 간이 출입구로 다가서자 금세 이곳이 청계천으로 들어서는 통로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분뇨와 오물 냄새가 뒤섞인 악취는 복개도로 아래로 내려가자 한층 심해졌다. 축축한 습기도 몸을 감싸왔다. 하긴 햇볕 구경을 못한 지 30년이 넘은 곳이다. 5m 간격으로 걸려 있는 30촉짜리 백열등 불빛만이 희미하게 청계천의 속살을 드러냈다.
상상하던 개울은 그곳에 없었다. 한가운데 깔린 모래와 자갈들이 이곳이 맑은 물이 흐르던 개천이었음을 말해줄 뿐이다. 전날까지 내린 비로 아직 바닥에 물기가 남아 있긴 했다. 하지만 더 이상 물은 그곳으로 흐르지 않았다. 대신 양 구석의 너비 1m짜리 콘크리트 배수구에서 좔좔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랜턴을 비추자 시커먼 물이 눈에 들어왔다. 군데군데 기름기까지 번들거렸다. 배수구는 두겹씩 설치돼 있었다. 함께 간 서울시 공무원이 “청계천변 화장실에서 나오는 오수는 바깥쪽 배수구로, 인왕산과 북한산에서 흘러온 물과 빗물, 일반 하수는 안쪽 배수구를 통해 각각 중랑 하수처리장으로 흘려보내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모래 옆으론 진흙이 잔뜩 쌓여 있었다. 밟으면 쑥쑥 들어가는 진흙길을 따라 20여분을 걸어갔다. 갑자기 모래흙 대신 크고 뾰족한 돌덩어리들이 나타나더니 곧 길이 끊겼다. 앞에선 50cm 높이의 시멘트 제방이 급물살을 구석의 배수구로 유도하고 있었다. 서울시 청계천복원추진본부 고병철 주임이 제방 너머로 랜턴을 비추며 “저기를 보라”고 했다. 30m 전방에 몇개의 기둥이 흐릿한 실루엣을 드러냈다. 광교였다. 조선시대 종각과 함께 한양 도심의 상징이던 광교는 1937년 복개공사가 시작되며 지하에 묻혀버렸다. 광교의 우아한 상판은 복개와 함께 사라졌지만, 기둥은 남아 지금도 무거운 아스팔트 덮개를 떠받친 채 신음하고 있었다.
보수유지비만 연 20억원
지하 구조물 곳곳엔 부식의 흔적이 역력했다. 복개도로를 떠받친 콘크리트 교각 일부는 심각한 손상을 입고 있었다. 아랫부분 시멘트에 금이 가거나 떨어져나간 것은 약과였다. 녹슨 철근 뼈대를 드러낸 채 허물어져가는 기둥들도 적지 않았다. 교각과 도로가 만나는 이음새에서 시멘트가 녹아내리며 종유석 고드름을 만든 곳도 눈에 띄었다. 교각과 도로 등 구조물의 부식은 청계천로의 안전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서울시는 “복개구간은 내부에 하수 등으로 인한 습기가 구조물을 부식시키고 있어 해마다 보수 유지비만 20억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 7월11일 이명박 시장과 함께 청계천 복개 구조물 점검에 나선 정동양(한국교원대 기술교육과) 교수는 “복개도로를 받치는 지하교각과 청계고가를 받치는 지상교각이 하나의 구조물로 연결돼 노후 정도가 더욱 빠르다”고 지적했다. 광교 쪽에서 12m 정도이던 청계천 너비는 청계6가를 지나며 80m까지 넓어졌다. 자갈은 자취를 감추고 굵은 왕모래가 온통 바닥을 덮고 있었다. 전형적인 하천 하류의 지형을 드러냈다. 이 정도의 넓은 하천 바닥을 충분히 채우기 위해선 엄청난 양의 물이 필요하다. 서울시는 4만∼6만t의 물이 흘러야 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청계천 자체는 마른내(건천)다. 장마 때를 빼면 바닥을 드러낼 정도로 수량이 많지 않다. 때문에 필요한 물을 다른 곳에서 끌어와야 한다. 서울시는 이 가운데 2만t 정도는 청계천 주변 지하철역에서 배출되는 지하수를 끌어올 계획이다. 15개 주변 역에선 하루 3만1천t의 지하수가 나온다. 이 가운데 청소용 등으로 쓰는 양을 뺀 나머지를 모두 청계천으로 모아 흘려보낸다는 것이다. 그러고도 모자라는 2만∼4만t은 뚝도 정수장이나 중랑 하수처리장에서 정화처리한 물을 역류해 공급할 계획이다. 청계천 복개도로의 안과 밖은 거의 완벽하게 단절돼 있었다. 도로 위의 햇볕은 아래까지 미치지 못했다. 수백m에 하나씩 가스를 배출하기 위해 뚫어놓은 지름 10cm의 배기구멍만이 예외였다. 그 작은 구멍을 통해 한 가닥 햇살이 비춰들었다. 그러나 그 아래로 다가선 순간 부웅 하는 소리와 함께 차량 바퀴가 순식간에 스쳐갔다. 구멍 부근 도로 연결판이 덜컹 하며 흔들렸다. 도로 두께는 불과 40cm. 옆에 있는 고병철 주임이 “후유” 하며 돌아섰다. 안과 밖의 교신은 위험해보였다. 뒤숭숭한 청계천 민심
단절감은 도로 바깥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청계천을 복원한다는 서울시의 의지는 아직 도로 바깥까지 미치지 못했다. 청계천 주변 바깥쪽 민심은 뒤숭숭했다. 상인 대부분은 한결같이 “아직 복원이 어떻게 이뤄질지 정확하게 몰라 할 말이 없다. 그러나 만약 상권을 죽이는 방식으로 진행한다면 가만있지 않겠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청계천로는 전체가 서울과 지방을 잇는 거대한 도매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청계천 주변 건물만 무려 1만6500여개에 이른다. 입주 상점 수는 10만개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초대형 빌딩들이 숲을 이룬 광교 부근을 빼면 모두 6층 이하의 낡고 오래된 상가 건물들이다. 청계3가는 세운상가를 중심으로 공구와 전기용품 판매상들이 운집해 있다. 4가는 방산시장과 광장시장을 중심으로 벽지와 실, 비닐 등을 파는 상점들이 밀집해 있다. 5가부터는 평화시장과 신평화시장, 청평화시장 등 피복·섬유·의류상가가 줄지어 들어서 있다. 평화시장에는 헌책방들도 100여곳이 들어서 있다. 동대문 쪽으로는 전국 최대규모의 동대문신발도매상가가 줄지어 있다. 7가와 8가엔 서울시가 지은 최초의 시민아파트인 삼일아파트를 중심으로 황학동 골목시장이 손님들을 맞고 있다.
한여름 거리 곳곳엔 시장통의 열기가 넘쳤다. 분주히 짐을 나르는 수레들 사이로 물건을 찾아나선 손님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쇠파이프를 자르는 절단기 소음 한쪽으론 잘라낸 쇠파이프를 연결하는 용접기 불꽃이 퍼렇게 피어올랐다. 상인들은 청계천 복원 얘기만 나오면 고개부터 저었다. 청평화상가의 의류상 장세영(50)씨는 “복원해서 물고기도 풀어놓고 한다는데,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기도 바쁜 사람들한테 물고기는 무슨 물고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산시장의 한 실가게 주인은 “국가대계로 본다면 해야 하지만, 당장 수많은 시장 사람들 밥벌이는 어떻게 하느냐”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상인들은 복원공사에 따른 도로폐쇄와 그로 인한 상권 위축을 가장 먼저 우려했다. 청계3가에서 30년째 공구상을 운영해온 합동기공사 홍선환(64)씨는 “공사를 하면 당장 길이 막히고 손님의 발길이 끊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방산시장 안쪽 골목길의 오성전기 손정호(50)씨는 “전에 을지로 쪽 연결도로의 지하철 공사 때도 길이 막혀 손님이 줄어 고생한 적이 있는데, 이제 청계천 큰길을 없애면 여기 상인들은 다 망할 수밖에 없다”고 탄식했다. 그는 “요즘 차 없이 장사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 서울시장은 주차장이나 늘리지 왜 쓸데없이 도로를 없애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가대계로 본다면 해야 하지만…”
서울시 복원계획이 이 부분을 도외시한 것은 아니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복원공사에 들어가도 양쪽 2개 차로는 계속 이용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청계천복원추진본부 최동윤 기획반장은 “청계천 아래쪽 도로 6개 차로 가운데 지금도 2개 차로는 사실상 주·정차 공간으로 불법점유된 상태다. 편도 2개 차로를 효과적으로 이용하면 복원공사에 들어가도 큰 지장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세운상가 앞쪽에서 주차를 맡고 있는 정충선(55)씨는 “지금도 차가 형편없이 막히는데 편도로 2차로만 남겨놓으면 완전히 마비될 우려가 높다. 충분한 주차공간을 확보하는 방법이 나와야 상인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복원공사에 이은 장기적인 상권 재개발계획에 대한 불안감도 답답하게 청계천을 짓누르고 있었다. 아직 청계천 인근 상권을 어떻게 재개발할 것인지는 공식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다. 서울시는 일단 청계천 고가와 도로를 뜯어내고 개천을 복원한다는 구상만을 천명한 상태다. 이명박 시장은 “청계천을 복원하면 재개발은 자연스레 그에 걸맞게 민간 차원에서 추진되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내비친 바 있다. 최동윤 기획반장도 “주변 상가를 철거하고 보상해줘 내보내는 방식으로 재개발을 추진할 수는 없다. 복원과 함께 민간 차원에서 재개발하겠다면 이를 돕는 식으로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상인들은 “지금 자리잡고 있는 막대한 상권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고 우려를 드러냈다. 청평화시장의 강병조(51)씨는 “어차피 여기는 도매시장이라 일반인들보다는 지방상인들 대상 장사가 많다. 상인들은 거의 세입자들인데, 재개발해봐야 장사만 못할 뿐 실익이 없다”고 말했다. 방화지하상가번영회 조자현 회장은 “어렵게 상권을 닦았는데, 재개발하면 권리금도 없이 쫓겨나는 것 아니냐고 불안해하는 상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세운상가에서 16년째 전기상을 하고 있다는 고영석(41)씨는 “서울시에선 청계천 상권이 약해져 재개발이 불가피하다고 하던데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목청을 돋웠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장사가 잘 되는 곳이 여기다. 일찍이 용산이나 구로 쪽으로 이쪽 상권을 옮기려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그건 여기보다 좋은 곳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민과 청계천 상인들의 괴리
“다 좋자는 일인데 따를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되묻는 상인도 아주 없지는 않았다. 동평화시장의 박춘선(57)씨는 “후손과 환경을 위해선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도 “주위에 이런 얘기를 했더니 다들 ‘돌았다’고 하더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평화상가 민중서림의 정결(65)씨는 “복원이고 재개발이고 아직 서울시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한다는 얘기가 없어 불안하기만 할 뿐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세운상가의 고영석씨는 “일단 지켜보고 있지만 상인들을 내쫓는 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면 정말 여러 사람 머리가 터지는 걸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몇 차례 여론조사에선 서울시민의 50∼70%가 청계천 복원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막상 청계천 현지에서 생업을 꾸려가는 상인들의 절대 다수는 불안과 우려, 나아가 적극적인 반대를 표시하고 있다. 둘 사이의 거리감은 끝이 잘 보이지 않을 만큼 크게 느껴졌다. 그 거리감은 청계천 복원이 단순히 고가도로를 뜯고 복개 구조물을 해체하는 물리적 작업에 그칠 수 없음을 말해준다. 맑은 시내를 꿈꾸는 다수 시민의 바람과 상권 유지를 바라는 절대 다수 청계천 상인들의 권리 주장 사이에 가로놓인 단절의 교각은 고가도로보다 훨씬 높고 거대해보였다. 복원의 충격파를 최소로 줄이는 사회경제적 해법이 청계천에 절실히 필요한 때다.
글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사진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사진/ 서울시의 청계천 프로젝트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청계천 복원 구상도 앞에서 취임연설을 하는 이명박 서울시장.
지하 구조물 곳곳엔 부식의 흔적이 역력했다. 복개도로를 떠받친 콘크리트 교각 일부는 심각한 손상을 입고 있었다. 아랫부분 시멘트에 금이 가거나 떨어져나간 것은 약과였다. 녹슨 철근 뼈대를 드러낸 채 허물어져가는 기둥들도 적지 않았다. 교각과 도로가 만나는 이음새에서 시멘트가 녹아내리며 종유석 고드름을 만든 곳도 눈에 띄었다. 교각과 도로 등 구조물의 부식은 청계천로의 안전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서울시는 “복개구간은 내부에 하수 등으로 인한 습기가 구조물을 부식시키고 있어 해마다 보수 유지비만 20억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 7월11일 이명박 시장과 함께 청계천 복개 구조물 점검에 나선 정동양(한국교원대 기술교육과) 교수는 “복개도로를 받치는 지하교각과 청계고가를 받치는 지상교각이 하나의 구조물로 연결돼 노후 정도가 더욱 빠르다”고 지적했다. 광교 쪽에서 12m 정도이던 청계천 너비는 청계6가를 지나며 80m까지 넓어졌다. 자갈은 자취를 감추고 굵은 왕모래가 온통 바닥을 덮고 있었다. 전형적인 하천 하류의 지형을 드러냈다. 이 정도의 넓은 하천 바닥을 충분히 채우기 위해선 엄청난 양의 물이 필요하다. 서울시는 4만∼6만t의 물이 흘러야 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청계천 자체는 마른내(건천)다. 장마 때를 빼면 바닥을 드러낼 정도로 수량이 많지 않다. 때문에 필요한 물을 다른 곳에서 끌어와야 한다. 서울시는 이 가운데 2만t 정도는 청계천 주변 지하철역에서 배출되는 지하수를 끌어올 계획이다. 15개 주변 역에선 하루 3만1천t의 지하수가 나온다. 이 가운데 청소용 등으로 쓰는 양을 뺀 나머지를 모두 청계천으로 모아 흘려보낸다는 것이다. 그러고도 모자라는 2만∼4만t은 뚝도 정수장이나 중랑 하수처리장에서 정화처리한 물을 역류해 공급할 계획이다. 청계천 복개도로의 안과 밖은 거의 완벽하게 단절돼 있었다. 도로 위의 햇볕은 아래까지 미치지 못했다. 수백m에 하나씩 가스를 배출하기 위해 뚫어놓은 지름 10cm의 배기구멍만이 예외였다. 그 작은 구멍을 통해 한 가닥 햇살이 비춰들었다. 그러나 그 아래로 다가선 순간 부웅 하는 소리와 함께 차량 바퀴가 순식간에 스쳐갔다. 구멍 부근 도로 연결판이 덜컹 하며 흔들렸다. 도로 두께는 불과 40cm. 옆에 있는 고병철 주임이 “후유” 하며 돌아섰다. 안과 밖의 교신은 위험해보였다. 뒤숭숭한 청계천 민심

사진/ 콘크리트로 덮여 바깥세상과 단절된 청계천. 어두운 불빛 아래 검은 물줄기가 간신히 흐르고 있다.

사진/ 청계천을 덮고 선 바깥세상 풍경. 청계고가(왼쪽)에는 차량의 물결이, 청계천로(오른쪽)에는 시장사람들의 생계가 흘러다닌다.
사진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