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히 쉬세요, 5월의 어머니
등록 : 2002-07-31 00:00 수정 :
지난 7월24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라플라타강에는 한 여성의 유해가 슬픔 속에 산산이 흩뿌려졌다.
마리아 아델라 가르드 데 안토콜레츠. 아르헨티나 인권운동의 ‘대모’ 가운데 한 사람인 그가 90살을 일기로 정의와 인권, 민주주의를 향한 투쟁의 삶을 마감한 것이다.
그는 1997년 이 나라의 대표적인 인권단체인 ‘5월광장어머니회’를 13명의 어머니와 함께 꾸렸다. 이 단체는 76∼83년 군사독재정권 당시 실종된 이들의 가족으로 구성됐다. 당시 군정은 반대세력을 탄압하기 위해 9천여명의 민간인을 고문·납치·살해한 뒤 그 주검조차 수습하지 못하게 했다고 아르헨티나 정부 보고서는 시인하고 있다. 하지만 5월광장어머니회를 포함한 인권단체들은 군정의 탄압으로 적어도 3만명이 희생됐다고 주장한다.
데 안토콜레츠의 고통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지방법원에서 일하던 76년 11월 닥쳐왔다. 당시 대학교수이자 정치범들을 변론하는 변호사였던 그의 아들 다니엘이 갑자기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그로부터 21년이 흐른 뒤 데 안토콜레츠는 같은 처지의 여성들과 함께 5월광장어머니회를 세웠다. 아들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5월광장어머니회의 출발은 ‘한줌’에 지나지 않았지만,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어머니들의 헌신은 결국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무엇보다 매주 목요일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통령 관저 앞에서 실종가족들의 생사확인을 요구하는 집회를 연 것이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목요집회’로 불리는 이 장기집회는 진보를 향한 투쟁의 한 전형적인 방식이 돼 세계로 퍼져갔다.
5월광장어머니회는 구성원들이 연로해지면서 젊은 세대들로 교체돼 인권운동을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자식을 잃은 어머니 자신들은 지금도 매주 목요일이면 어김없이 목요집회를 위해 광장으로 나선다.
정재권/ 한겨레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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