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계의 악동, 한국 습격!
등록 : 2002-07-31 00:00 수정 :
한번 악동은 불혹이 넘어도 악동이다. 지난 7월26일 공연 ‘원 핫 데이’에 참가하기 위해 내한한 록밴드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멤버들은 기자회견장에 들어서자마자 탁자에 뛰어오르는 등 노장밴드라는 관록이 무색하게 혈기방장한 모습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미국 LA의 고등학교 동창생 네명이 83년 결성한 레드 핫 칠리 페퍼스는 91년 5집 앨범
이 슈퍼 밀리언셀러를 기록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밴드. 최근 발표한 8집 앨범도 발매 직후 빌보드 앨범 차트 2위에 오르는 등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마약복용·외설시비 등으로 자주 구설수에 올라 록계의 악동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한국에 이렇게 많은 빌딩들이 서 있는 걸 보고 놀랐다”며 첫 내한 소감을 밝힌 이들은 다음날 공연에 대해 이야기해달라는 질문에 “아직 하지도 않은 걸 내가 어떻게 알겠느냐?”며 시종 장난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자신들의 음악을 맛으로 비유해달라는 요구에 베이스연주자 플리는 여성의 성기를 가리키는 비유를 내뱉었다가 순간 자신도 당황한 듯 “농담이다. 원래 저런 놈이니까 생각하고 용서해달라. 사실 우리는 여성을 존경한다”며 보수적인 한국 사회를 의식한 변명을 한참동안 늘어놓기도.
그러나 내년 2월로 데뷔 20주년을 맞는 노장밴드로서의 감회를 묻자 보컬 마이클 키디스는 “이제서야 제대로 출발한 것 같다. 앞으로의 20년이 더 기대된다”고 철이 든 대답을 하며 “음악을 통해 늘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이 우리들이 늙지 않는 비법”이라고 말했다. 나체 차림에 양말만 신고 공연에 등장했던 에피소드를 떠올리며 다음날 한국 공연에서도 시도할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의미심장하게 미소를 날린 이들은 다행스럽게도(?) 바지만은 제대로 입은 채 무대에 등장했다. 레드 핫 칠리 페퍼스는 이날 공연에서 불혹의 나이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열정적이고 힘 있는 연주를 보여줘 한국팬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