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탈린과 흐루시초프의 사랑?
등록 : 2002-07-16 00:00 수정 :
스탈린과 흐루시초프가 동성애 관계였다?
러시아에서 옛소련의 지도자 이오시프 스탈린(1879∼1953)과 그의 후계자인 공산당 서기장 니키타 흐루시초프(1894∼1971) 사이의 남색행위 장면을 묘사한 소설을 놓고 ‘창작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공방이 뜨겁다. 러시아 검찰이 이런 내용을 담은 <골루보예 살로>(‘푸른 기름덩어리’라는 뜻)를 1999년에 내놓은 유명 우상타파주의 작가
블라디미르 소로킨(47)을 외설 혐의로 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에서 ‘푸르다’라는 단어는 흔히 포르노적 요소를 갖는 동성애를 비유하는 은어로 쓰인다.
검찰은 친푸틴 대통령 성향의 청년단체인 ‘함께 걷기’가 지난달 모스크바 중심가에서 손에 고무장갑을 끼고 이 책을 찢어 큰 모형 수세식 변기 속으로 던지는 이벤트를 벌인 뒤 수사에 들어갔다. 수사대상에는 책을 펴낸 출판업자 아드 마르기넴은 물론 책을 판매하는 서점주인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수사는 옛소련의 국가보안위원회(KGB) 출신인 푸틴 대통령 체제 아래서 과거의 검열시대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표현의 자유를 모니터하는 단체인 ‘글라스노스트(개방) 방어기금’의 리더인 알렉세이 시모노프는 수사가 작가들을 검열하려는 시도라고 비난했다. 그는 “문제는 소로킨의 책들이 지저분한 표현을 담고 있는지 여부가 아니라 한 작가에 대한 형사상의 기소가 표현의 자유라는 관점에서 볼 때 매우 위험하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문화부 장관인 미하일 슈비드코이조차 “나는 소로킨의 팬은 아니지만 자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그의 권리를 옹호한다”고 밝혔다.
소로킨은 자신이 도색작가가 아니라며 “어떤 법적 소송과도 맞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몇권의 소설과 희곡, 영화대본 등을 썼으며, 작품들이 유럽어와 아시아 언어로 번역됐다. 소로킨은 외설물 유포 혐의로 기소돼 유죄판결을 받을 경우 최고 2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정재권/ 한겨레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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