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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공포특공대 이끌고 돌아온 '밥풀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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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0-07-19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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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마음이 여린 사람들은 항상 힘이 없을까.’

‘밥풀데기’란 별명으로 유명한 개그맨 김정식(41)씨는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쇼프로에 나가기 위해 분장을 하는 것이 몹시도 어색하게 느껴졌고, 마치 거짓말하고 사는 듯했다. 동료 개그맨, 코미디언들이 방송사에 쥐여사는 것도 짜증스러웠다. 개그맨이면서도 십수년을 영화판과 인연을 맺어왔지만 충무로 사람들이 그를 같은 편으로 여기지 않는 것도 속상했다. 방송과 영화를 왔다갔다 하는 박쥐로 취급받느니 본색을 확실히 드러내자고 맘먹었다. 그가 98년 홀연히 브라운관을 떠난 이유였다.

“20년 가까이 방송을 하면서 시간을 아껴 막일도 가리지 않고 영화일을 배웠죠. 조감독도 하고요. 한데 사람들은 개그맨으로서의 제 이름만 볼 뿐, 영화에 대한 열정은 인정해주지 않아요. 편견과 오해를 극복하기 위해선 단절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훌쩍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곳에서 영화기획·제작기술 공부를 했다. 그리고 올 봄, 그는 돌아왔다.

귀국한 뒤 김씨는 곧바로 어린이영화 시리즈 <공포특공대>를 만들었다. 아시아 각국의 전설을 바탕으로 엮는 10부작 시리즈로 1부인 우리나라편은 이미 완성했고, 2부인 중국 계림의 가마우지 전설을 둘러싼 이야기도 현지촬영에 들어갔다. 왜 어린이영화를 찍었을까. “아이들이 나를 좋아해줬고, 아이들이 나를 키웠고, 그래서 오늘의 내가 있게 된 때문이죠.”

김정식 감독은 이번 영화에 대해 자랑할 거리가 많다.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들어진 국내 최초의 완전 키네코영화(디지털 영상을 필름으로 바꾸어 35mm 극영화로 만들어내는 방법)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그의 표정은 요즘 밝지 못하다. 다국적 기업들이 국내 개봉관을 장악하고 있어 올 여름 어린이영화로는 유일한 국산영화인데도 영화를 상영할 극장을 도무지 잡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구민회관이나 어린이회관쪽을 두드려봤지만, 대부분 공짜상영 또는 사나흘 틀어달라는 식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본질적인 문제가 보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어린이 문화도 없지만, 더 큰 문제는 어린이를 위한 행정이 없다는 겁니다. 어린이영화가 성인영화와 같은 상품으로만 취급돼서는 안 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영화를 쉽게 타협해 상영하진 않을 겁니다.” 그가 이번 여름 <공포특공대>를 관객에게 어떻게 선보일지 지켜볼 일이다. 문의 02-3463-6335.


김소희 기자so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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