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프리’ 식단은 어디에…테니스 덕분에 성장함
<한겨레21> 기자들이 꼽은 올해의 ○○-올해의 간식과 운동 편
등록 : 2023-12-14 21:03 수정 : 2023-12-21 14:21
주로 남 얘기만 해오던 <한겨레21> 기자들이 한 해를 보내며 ‘개인적인’ 올해의 ○○을 꼽아보았습니다. 테니스를 배우다 많은 공을 잃어버리며 “성장했다”고 우기는 서혜미 기자, 동화책 한 권에 울컥했다 설렜다 한 ‘언제나 초심 엄마' 손고운 기자, 잦은 출장에 밑창이 벌어진 등산화를 공개하며 편집장을 은근하게 규탄한 류석우 기자까지. 기자들의 ‘민낯'을 대방출합니다.―편집자 주단것을 좋아한다. 빵집을 발견하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커피도 꼭 크림 올라간 것을 고른다. 흔한 붕어빵부터 슈톨렌, 파블로바 같은 외국 이름의 생소한 간식도 찾아다니며 먹는 편.
올 초 마이클 모스의 책 <음식 중독>을 읽고서 그런 식습관이 몸에 좋지 않음을 알았다. 시중에는 설탕과 화학조미료가 든 초가공식품이 넘쳐난다, 생각 없이 먹다보면 그런 음식에 중독된다는 엄중한 경고를 담은 책이다. 액체 설탕의 위험성도 그때 자세히 알았다. 전에는 들어도 무심히 넘겼던 내용인데 체지방률이 경고치에 오르니 그제야 귀에 들리더라.
불안한 마음에 ‘슈거 프리’를 했다. 말린 고구마와 그릭요거트, 방울토마토로 단맛을 향한 욕구를 달랬다. 한동안 뿌듯한 마음도 들고 체중도 조금 줄었으나 부작용도 있었다. 가끔 회사에 들어온 간식을 먹고 나면 계속 자책되고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운동도 하루만 빠지면 불안해졌다. 건강한 자기관리를 넘어 일종의 강박이 생기는 느낌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또다시 책을 들춰보다 에블린 트리볼리의 <다이어트 말고 직관적 식사>를 읽었다. 사람은 자기 몸이 찾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 그 신호를 자꾸 무시하고 특정 음식만 먹도록 제한하면 나중에 폭식하게 된다는 조언이다. 괜히 식단 관리한다고 금식-폭식을 반복하지 말고 적당히 자유롭게 먹고 조금씩 운동하면 된다고 저자는 말했다.
그 책을 읽고서 또 한동안 실천했다. 줄였던 간식을 조금씩 먹고 좋아하던 배달음식도 시켜먹었다. 운동도 스케줄 따라 조금씩만 했다. 처음에는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더니 점점 괜찮아졌다. 식단 관리하면서 그토록 갈망하던 정크푸드를 막상 먹으니 실망스러웠던 경험도 있다. 역시 난 직관적 식사가 더 잘 맞군, 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금은 어떻게 됐을까? 그 책도 좋긴 했지만, 또 한 번 스스로를 그렇게 수용해주니 몸에 안 좋은 음식을 한도 끝도 없이 먹게 됐다. 지금도 떡볶이와 달달한 커피를 끊을 수 없다. 초가공식품이 넘쳐나는 시대에 직관적 식사는 방종으로 흐를 위험이 크다. 탕후루와 제로콜라가 함께 유행하는 시대, 나 역시도 양극단을 온몸으로 겪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