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총장, 교장 되다
등록 : 2002-06-26 00:00 수정 :
대학총장 경력은 고교 교장이 되는 데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의아스럽겠지만 사실이다. 현행 교장임용령이 ‘학장’(단과대학장·교육대학장)을 지냈다면 교장 자격을 인정해주는 반면 ‘총장’ 경력은 쳐주지 않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법을 제정할 때 장관급 신분인 대학총장이 고교 교장으로 갈 턱이 없다고 여긴 탓이다. 사실 대학교수가 고교 교장으로 부임한 사례는 심심찮게 있었지만 총장이 교장이 된 일은 전무하다.
그런데 이제 법을 고쳐야 할 때가 됐다.
박성수(60) 전 전주대 총장이 고교 교장을 맡겠다고 나선 것이다. 부임할 학교는 서울 명지고교. 부임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교장 자격에서 브레이크가 걸렸기 때문이다. 대학총장이 교장으로 온다는 데 서울시교육청도 당황했고, 박 전 총장을 교장으로 임명한 학교법인 명지학원도 번거로운 절차를 밟고 있다. 총장 자격 대신 박 전 총장의 교수 경력(19년)이라는 우회로를 통해 교육청에 교장자격검정을 신청한 것이다.
박 ‘교장’의 교육철학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힘을 기르는 교육’에 있다. “우리 교육은 그동안 외국에서 들여온 과학기술과 제도 및 전통적인 우리 것만으로 이뤄져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외국에도 없고 과거 우리나라에도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만들어내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이런 교육은 무엇보다 엘리트 중심주의를 버려야 가능하다. “박사 같은 소수 엘리트만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는 잘못된 관념부터 깨야 합니다. 고졸 학력으로 노벨상을 탄 사람도 있지 않습니까.” 이런 ‘탈엘리트 의식’은 대학총장까지 지낸 그가 고교 교장직을 선뜻 수락한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그는 30년간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청소년 상담 분야에 뛰어들었다. 한국방송통신대학에서 학생생활연구소를 운영했는가 하면 ‘청소년 대화의 광장’이란 상담조직을 전국에 퍼뜨리기도 했다. 지난 3년간 대학총장을 맡았지만, 이번에 고교 교장을 맡으면서 청소년들의 곁으로 다시 돌아온 셈이다.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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