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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닭짓’한 거 맞다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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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06-19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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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학생이 감히 선생을? 91년 정원식 총리 밀가루 세례 사건 이래 11년 만에 조선일보가 ‘패륜아들’을 또 한번 ‘색출’해냈다. 지난 6월11일 연세대 송복 교수(사회학)의 퇴임기념 강연이 열리던 날 “열심히 닭짓한 당신, 떠나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교내에서 시위한 조선일보반대연세인모임(조반연) 학생들이 그 주인공이다. 조선일보는 기사와 칼럼에서 학생들이 난동을 부린 것처럼 정색하고 따졌지만, 그날 10여명의 학생들은 중앙도서관 앞에서 선전전을 하다가 강연이 끝났다는 소식을 듣고 강연장으로 달려갔던 것이다(사진). 이날 시위를 제안한 오승훈(26·사학 4년)씨는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며 조선일보의 태도를 비판하고 나섰다. “조선일보 이한우 논설위원은 송복 교수가 ‘좌우로부터 인정받는 한국 보수주의의 중진’이라며 학생들에게 가서 사죄하라고 하는데, 자기야말로 최장집 교수에게 가서 사죄하는 게 어떨까 싶다. 송복 교수는 최장집 사건 때는 ‘공인의 사상은 검증돼야 한다’고 앞장서 빨간 칠을 칠했고, 교수노조 문제가 불거졌을 때는 ‘차라리 방직공장으로 떠나라’고 막말을 하는 등 공공연히 타인의 사상과 양심을 짓밟는 행위를 일삼아왔다. 이게 무슨 보수주의인가.”

오씨는 “자신의 사상에 입각해서 타인을 비판하는 게 아니라 그저 거대 언론을 등에 업고 ‘글 테러’를 한 사람에게 ‘닭짓했다’고 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이 문제는 스승과 제자의 갈등이 아니라 몰상식과 상식의 싸움이다”라고 말했다. 조선일보에 의해 스승에게 망언과 폭언을 퍼부은 것으로 둔갑했지만, 이날 시위 학생들은 “조선일보 비호하는 송복 교수 각성하라”, “송복이 보수면 파리도 새냐”는 구호를 외쳤다고 오씨는 전한다. 인터넷을 통해 수평적 네트워크를 이루며 활동하는 조반연은 지난해 5월 조선일보의 5·18 당시 보도태도를 항의하는 1인시위를 펼치는 과정에서 결성됐고, <조선바보>라는 격주간지를 발간하고 있다. 조반연은 송복 전 교수의 ‘글 테러’를 잘 모르는 학생들을 위해 6월18일부터 그가 쓴 글을 대자보로 붙여 교내에 전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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