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출마설에 주가 떨어지는 현대중공업…현대일가 움직임은 어떨까
월드컵이 끝나면 큰 꿈을 꾸겠다던 정몽준 의원(무소속)의 행보가 정치권에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2002 한·일 월드컵 공동조직위원장인 그가 올해 대선에 후보로 나서리라는 것은 오래 전부터 예견돼 왔다. 문제는 그가 오랜 세월 기다리며 승부수로 삼아온 월드컵 성적. 월드컵은 진행 중이지만 지난 6월4일 한국이 폴란드를 2 대 0으로 꺾고 16강 진출 가능성이 커지면서 그의 출마 가능성도 점차 높아졌다. 정치권은 그가 대선전에 뛰어들 것임을 이제 기정사실로 받아들인다.
위력적인 제3후보 가능성
월드컵 성적과 그의 대선 출마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느냐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정치권의 판단은 다르다. 그가 출마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대선 판도에는 큰 변화가 생긴다. 독자 출마이든 다른 대권주자와 연대를 하든 대선 지형도는 크게 달라진다. 지난 97년 대선에서도 김대중-이회창 구도에 이인제씨가 제3후보로 나서면서 이씨는 대선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한나라당 최병렬 의원은 지난 5월28일 “우리나라가 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하면 정몽준 의원의 입지가 달라질 것이며 8강에 들 경우 폭발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 의원은 자민련 김종필 총재나 민주당 이인제 의원, 미래연합 박근혜 대표보다 영향력이 클 것”이라고 예견했다.
정 의원의 행보는 여전히 조심스럽다. 하지만 최근 들어 대선 출마를 본격 준비하는 듯한 움직임이 감지된다. 이홍구 전 총리가 대표인 후원회도 후원회원 모집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인터넷 팬클럽인 ‘노사모’와 비슷한 ‘MJ(정몽준 의원의 영문 이니셜) 러브’도 본격적인 활동을 예고하고 있다. MJ 러브는 정 의원을 지지하는 10여개의 인터넷 팬클럽을 통합해 조직화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의원이 지난 5월23일부터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www.mjchung.pe.kr)를 통해 정치·경제·통일·외교·안보·환경·노동·문화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정책보좌 인턴’을 모집하기 시작한 것도 눈길을 끈다. 한 사람의 무소속 의원으로 남을 것이라면, 그처럼 폭넓게 인재를 모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대선 출마 또는 신당 창당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월드컵에서 한국팀이 선전하면서 정 의원의 정치적 지지도가 높아지는 것도 정 의원 쪽을 고무시키고 있다. 지난 6월2일 한국갤럽이 공개한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정 의원은 박근혜 한국미래연합 대표(9%)보다 높은 12.3%의 지지율을 보였다. 그동안은 거의 대부분의 조사에서 박근혜씨보다 지지율이 낮았다. 위력적인 제3후보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정 의원이 독자후보로 나설지 다른 대선주자와 연대를 할지는 아직 점치기 이르다. 자민련은 정 의원 끌어들이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자민련은 최근 지방선거 홍보물을 통해 김종필 총재와 민주당 이인제, 한국미래연합 박근혜, 정몽준 의원을 아우르는 ‘4자연대 실현’을 천명했다. 정 의원 쪽은 “사전 협의조차 없던 일”이라고 밝혔지만 이 일을 계기로 그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부친의 전례를 보니…
문제는 그가 대주주인 현대중공업이다. 대선 출마에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자금이 드는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그는 정당에 속하지도 않았고, 오랫동안 일궈온 조직도 없어 정치자금 조달도 대부분 자력에 의존해야 한다. 그의 아버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지난 92년 국민당을 창당해 대선 출마를 강행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현대그룹은 정주영씨의 선거운동에 400여명의 인력과 그룹자금을 총동원했다. 그 댓가로 치명상을 입었다. 정몽준씨도 당시 불구속기소됐다. 정몽준씨가 이번 대선에 출마할 경우 크든 작든 현대중공업이나 몽준씨의 형제들이 상처를 입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쪽은 정몽준 의원의 정치활동과 기업경영을 연결시키는 것을 극도로 경계한다. 정몽준 의원은 현재 현대중공업의 최대주주이자 고문이다. 현대중공업의 한 임원은 “본인(정몽준 고문)이 회사에 영향을 끼치는 일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직간접적으로 수차례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 예로 출판기념회에도 회사 차원에서 전혀 나서지 못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정 고문의 정치활동에 대한 회사 쪽 대응을 묻는 주주들의 질문에 “정 고문이 대주주라고 해서 회사 차원에서 정치활동을 돕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정 고문은 돈쓰는 방식으로 정치를 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재계와 금융권은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현대중공업의 주가가 이를 말해준다. 올 들어 상승세를 보이던 현대중공업 주가는 지난 2월 3만7천원대까지 올랐지만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 6월7일 현재 2만4800원으로 떨어졌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현대중공업의 이런 주가 수준은 기업 내재가치보다 매우 낮은 것이라고 강조한다.
대우증권 이종승 애널리스트는 지난 5월2일 발표한 종목 분석 보고서에서 “세계 최대의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은 내재가치만 보면 주가가 4만2천원 안팎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에 분석 보고서를 낸 LG투자증권 송재학 애널리스트도 적정주가를 4만2천원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의 주가는 이에 턱없이 못 미친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중공업의 주가하락 원인으로 최근 환율의 상승을 꼽는다. 수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조선업체의 특성상 환율이 낮아지면 손해를 보게 된다. 현대중공업 쪽은 “국제 선박 수주가가 낮아지는 것도 한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애널리스트들은 현대중공업 주식이 제평가를 받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정 의원의 향후 정치적 거취에 대한 심리적 우려를 꼽는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정 의원의 대선 출마가 현대중공업의 경영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사실 막연한 부분”이라며 “그러나 과거 부친의 대선 출마 경험은 어쨌든 부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기관투자가들로서는 투자위험을 고려해 적극적 매수에 나서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조직 취약해 계열사 동원 불가피
재계 관계자들은 정 의원이 대선 행보에 나서더라도 과거 그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계열사의 인력과 자금을 대놓고 동원하는 방식은 쓰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상황이 그때와는 달라졌다는 것이다. 한 경제단체의 간부는 “정몽준 의원이 계열사를 동원하면 오히려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재벌의 정치 참여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나서더라도 재벌 총수가 아닌 정치인 정몽준으로 나서는 모양새를 취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조직이 취약한 정 의원의 한계 때문에 계열사와 완전히 선을 끊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게 재계의 대체적인 견해다.
정 몽준 의원이 대선에 나설 경우 그의 형제들이 이끄는 그룹들의 움직임도 관심거리다. 정몽헌 회장의 현대그룹은 그룹이 산산이 쪼개지는 등 구조조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어 지원할 능력이 없는 상황이다. 현대가의 장남인 정몽구 회장이 이끄는 현대차그룹도 정몽준씨의 대선 행보와 현대차그룹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강조한다. 현대차와 현대중공업은 과거에는 한 그룹의 계열사에 속해 있었지만 지금은 이미 계열분리가 돼있다는 것이다. 현대차 전문경영인들 역시 정몽준 의원의 대선 출마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를 말 그대로만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것이 정몽준 의원 주변의 시각이다. 구체적인 예로 정몽준 의원은 최근 자신의 국제적 지명도를 이용해 2010 여수 세계박람회 유치운동을 벌이고 있는 정몽구 회장을 적극 돕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자신이 대선 행보에 나설 경우 도움을 요청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몽준 의원의 대선 행보와 함께 현대가의 움직임도 점차 관심권 안으로 들어서고 있는 국면이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사진/ 월드컵 폴란드전에서 양국 정상들과 손을 잡고 있는 정몽준(왼쪽에서 두 번째)의원. 한국이 이기면서 그의 출마 가능성도 높아졌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정 의원의 행보는 여전히 조심스럽다. 하지만 최근 들어 대선 출마를 본격 준비하는 듯한 움직임이 감지된다. 이홍구 전 총리가 대표인 후원회도 후원회원 모집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인터넷 팬클럽인 ‘노사모’와 비슷한 ‘MJ(정몽준 의원의 영문 이니셜) 러브’도 본격적인 활동을 예고하고 있다. MJ 러브는 정 의원을 지지하는 10여개의 인터넷 팬클럽을 통합해 조직화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의원이 지난 5월23일부터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www.mjchung.pe.kr)를 통해 정치·경제·통일·외교·안보·환경·노동·문화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정책보좌 인턴’을 모집하기 시작한 것도 눈길을 끈다. 한 사람의 무소속 의원으로 남을 것이라면, 그처럼 폭넓게 인재를 모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대선 출마 또는 신당 창당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월드컵에서 한국팀이 선전하면서 정 의원의 정치적 지지도가 높아지는 것도 정 의원 쪽을 고무시키고 있다. 지난 6월2일 한국갤럽이 공개한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정 의원은 박근혜 한국미래연합 대표(9%)보다 높은 12.3%의 지지율을 보였다. 그동안은 거의 대부분의 조사에서 박근혜씨보다 지지율이 낮았다. 위력적인 제3후보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정 의원이 독자후보로 나설지 다른 대선주자와 연대를 할지는 아직 점치기 이르다. 자민련은 정 의원 끌어들이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자민련은 최근 지방선거 홍보물을 통해 김종필 총재와 민주당 이인제, 한국미래연합 박근혜, 정몽준 의원을 아우르는 ‘4자연대 실현’을 천명했다. 정 의원 쪽은 “사전 협의조차 없던 일”이라고 밝혔지만 이 일을 계기로 그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부친의 전례를 보니…

사진/ 92년 대선 당시 고 정주영 회장의 유세 장면. 그의 출마로 현대 그룹은 큰 타격을 받았다. (한겨레 자료사진)

사진/ 자민련은 최근 김종필 총재, 이인제, 박근혜, 정몽준 의원을 아우르는 '4자연대 실현'을 천명했다. (한겨레 이정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