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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동성애자 국제 NGO를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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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06-12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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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문화축제 ‘무지개 2002’ 기간(6월4∼8일) 중 특별강의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더글러스 샌더스 교수(64·법학)는 캐나다의 동성애 인권운동 1세대다. 지난 1964년 캐나다 최초의 게이·레즈비언 인권협회를 만들었고, 92년에는 유엔 세계회의에서 처음으로 동성애 인권문제를 제기했다. “유엔에서 연설한 사람들 중 최초로 커밍아웃한 동성애자”라며 자신을 소개한 그는 “12년 전 몸담고 있는 대학이 레즈비언이라는 이유로 교수 채용을 거부하는 사건을 목격한 뒤 공식적인 커밍아웃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섹슈얼리티와 법’이라는 강의를 통해 성차별적 법조항 분석과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의 한 탤런트가 커밍아웃을 하자마자 방송사에서 퇴출되고, 최근에는 한 동성애 사이트가 폐쇄된 사건 등 한국의 동성애 인권현실에 대해 비교적 소상히 알고 있지만,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평소 아시아의 동성애자 인권이 척박한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해” 올해 초에는 캐나다 국제발전기관에서 기금을 받아 필리핀·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의 동성애 인권운동가들을 모아 교육을 시키기도 했지만, “한국 활동가와는 교류할 기회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지개 2002 조직위원회가 보낸 강연 초청 이메일 한통에 강연비와 교통비를 마다하고 바로 한국으로 날아와 조직위 쪽을 감동시켰다.

정년퇴직을 1년 앞두었지만 퇴직 뒤 일정은 더 빡빡하다. “아직 유엔이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동성애자 국제 비정부기구(NGO)가 없거든요.” 퇴직 이후, 아시아에서 동성애 인권운동을 하면서 유엔이 인정하는 동성애자 국제 NGO를 만들 계획이다.

일주일간의 한국 방문을 마치면서 그는 “한국 활동가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하고 싶다”고 말한 뒤 법학자답게 “한국 동성애 인권운동가들이 동성애뿐 아니라, 나이·외모 등 모든 종류의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 통과를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싸우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아리 기자/ 한겨레 민권사회1부 a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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