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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유가족들 “분향소 강제 철거 결코 용납 못해”

서울시가 시민분향소 자진 철거 기한으로 제시한 2월15일
분향소 앞에선 오전부터 긴장감…유리벽 설치 놓고 경찰-유가족 충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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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3-02-15 19:04 수정 : 2023-02-15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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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 앞 이태원 참사 시민분향소 자진 철거 만료일인 2월15일 오후 분향소 앞에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 등이 서울시의 행정대집행에 반대하며 기자회견을 하기에 앞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159배를 올리고 있다. 한겨레 신소영 기자

2023년 2월15일 정오.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옛 서울시청) 구석에 설치된 이태원 참사 시민분향소 앞에서 유가족 50여명이 몸을 숙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영정 사진이 있는 분향소가 아니라 서울광장 쪽을 향해 허리를 굽혔다. 희생자들 이름이 한 명씩 차례로 불릴 때마다, 유가족들은 천천히 무릎을 꿇고 몸을 접었다. 이렇게 159번의 절을 마칠 때까지 총 33분이 걸렸다.

서울시는 이날 오후 1시까지 분향소를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행정대집행을 통해 강제 철거하겠다고 밝힌 터였다. 1시가 되기에 앞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유가족 100여명과 정치인, 시민사회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날 유가족들을 대표해 희생자 이주영씨의 오빠 이진우씨와 송영주씨의 언니 송지은씨가 함께 읽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유가족들은 “행정대집행의 요건도 충족되지 않은 상황에서 (서울시가) 분향소를 철거하겠다며 협박에 가까운 예고를 하고 있다”며 “기억과 추모의 권리를 침해하는 서울시의 위법한 행정대집행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우리 유가족들은 앞으로 분향소를 지키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 우리 아이들을 반드시 시청 광장에서 지켜낼 것”이라며 “159명의 희생자들을 함께 지켜주길 바란다”고 시민들에게 부탁했다.

앞서 유가족들은 2월4일 이태원 참사 100일 시민추모대회를 맞아 광화문광장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할 계획이었으나, 경찰이 막아서자 서울도서관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서울시는 즉각 2월6일까지 분향소를 자진 철거하라는 1차 계고장을 보냈다. 2월6일 유가족들이 기자회견을 열자, 그날 저녁 다시 2차 계고장을 통해 자진 철거기한을 2월15일까지 미룬다고 밝혔다. 유가족들이 원하는 새로운 분향소 공간을 제시해달라고도 했다. 그 뒤 2월14일 유가족들은 지난 두 달 간 운영한 녹사평역 분향소를 철거하고, 서울도서관 앞 시민분향소와 통합해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2월15일 아침부터 시민분향소가 위치한 서울광장엔 긴장감이 감돌았다. 1호선 시청역 5번 출구 옆으로 경찰이 바리케이드를 쳤다. 오전 10시56분께 바리케이드 앞에 국화꽃, 플라스틱 의자 등이 실려있는 트럭 한 대가 섰다. 경찰 무전기에서 ‘인도주의적 물품만 하차하게 하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오전 11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유가족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박복환 전국공무원노조 서울지역본부 부본부장은 “오세훈 시장은 시민분향소 강제철거 시도를 중단하라”며 “유가족들이 서울시청 광장에 마련한 시민분향소는 살아남은 우리가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출발점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청 앞 이태원 참사 시민분향소 자진 철거 만료일인 2월15일 오후 시민분향소 앞에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 등이 서울시의 행정대집행에 반대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면담을 요구했다. 한겨레 신소영 기자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부대표는 “서울시 공무원 노조의 연대와 지지는 엄청난 힘과 용기를 주고 있다”며 “서울시는 억울하게 희생된 자식을 지키고 싶은 부모의 마음을 법적인 잣대로 휘젓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이 부대표는 “녹사평역은 슬픔과 추모를 하기 위한 공간이고, 지금(서울광장)은 많은 희생자들이 어떻게 헛된 죽음을 당했는지 등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함”이라며 “이런 부분들을 시청에서 알아서 그런(철거하라는) 것 같다. 사람들에게 참상을 알리기 원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시민 양재숙(57)씨는 “어제 저녁도 여기에 차벽을 세우고 있고 철거할지도 모른다고 들어서 걱정했다”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해서 왔다. 서울시민인 것이 여태까지 자랑스러웠지만 요즘은 부끄럽다”고 말했다.

희생자 이지한씨 어머니 조미은씨는 “서울시가 (소통을) 거부했다”며 “여기가 (서울시청) 바로 밑인데 몇 발자국만 오면 (유가족협의회) 대표도 있고 부대표도 있다. 와서 조문하면서 얘기하면 되지 왜 그렇게 마이크에만 대고 얘기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2월15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서울도서관 앞 분향소 인근에 경찰이 유리벽을 세우고 있다. 유지인 교육연수생

기자회견 이후 분향소 조문이 이어졌다. 조문을 받는 유가족들 뒤쪽으로, 분향소부터 서울시청 입구까지 경찰 병력이 배치됐다. 오후 4시께 경찰이 서울광장 5번 출구 옆 도로를 따라 유리벽을 세우기 시작했다. 이를 본 유가족들은 “(유리벽을) 철거하라”며 막아섰다. 유가족과 시민들이 유리벽에 달라붙어 밀어내는 과정에서 일부 유가족이 다치기도 했다.

그러자 경찰은 분향소 때문이 아니라 '백기완 선생 2주기 추모제'가 있어서 집회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에서 유리벽을 세웠다고 해명했다. 한 유가족은 “무슨 일을 하면 왜 설명을 해주지 않느냐”며 “처음부터 얘기했으면 되지 않았냐. 어쨌든 가두려는 것이 아니면 철거해달라”고 말했다. 1시간 넘게 실랑이를 벌인 끝에, 경찰은 오후 5시30분께부터 유리벽을 치우기 시작했다.

서울시는 이날 오후 낸 입장문에서 “유가족들께서 2월15일 현재까지 아무런 답변 없이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계셔서 매우 유감”이라며 “서울시와 서울시민들은 충분히 인내하며 기다려왔다. 부득이 행정대집행 절차에 착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도혜원·유지인·정성환 교육연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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