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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나도 조선일보와 많이 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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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06-05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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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생활 가까이하며 너무나 많은 것 느껴… 6·15 정신 살리되 2항은 반드시 짚어야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는 “조선일보하고 많이 싸웠으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면서 “조선일보는 반드시 이회창을 지지한다, 이회창은 미국 쪽에 유리한 발언만 한다는 그런 고정관념을 안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조선일보와의 얘기는 하지 않겠지만 나중에 알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밝혀 조선일보와 갈등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5월28일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서 만난 그는 “나는 지난 5년간 김대중 정권하에서 누구보다도 철저히 검증을 받았으며 국민을 위해 내 개인을 버릴 각오가 돼 있다”면서 “지금 이 나라는 불안하고 미숙하고 위험한 지도력이 아니라, 안정되고 성숙하고 신뢰할 수 있는 지도력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서민 대 귀족의 이분법 좋지 않아


월드컵에서 한국팀의 승패를 어떻게 예상하는가.

솔직히 프랑스와의 평가전이 끝난 뒤 생각이 좀 바뀌었다. 우리 팀도 가능성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선수 자신은 물론 국민들도 자신감을 갖게 됐을 것이다.

미국이 아프간에 국군 파병을 요청했다는 보도가 있다. 미국이 파병을 정식 요청했을 경우 어떻게 하겠는가.

글쎄…. 그 부분은 지금 내가 가정해서 답변하기 어렵다. 실제 어느 정도 요청이 있었고, 정부가 거기에 어떤 대응을 했는지 아직 확실히 얘기를 못 들었다. 좀더 확실한 얘기를 듣고 말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미국의 반테러 정책에는 협조·동의하는가.

물론이다. 반테러 전쟁은 단순히 특정 국가 사이의 문제가 아니라 문명사회를 지키기 위한 관점에서 봐야 한다.

이 후보의 서민행보가 화제가 되고 있다. 긍정적인 평가가 많지만 “삶은 쇼가 아니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결코 전시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쇼가 아니다. 실제 서민들의 생활을 가까이하면서 너무나 많은 것을 느꼈다. 앞으로 정책에서도 서민들의 고통스런 삶을 해소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겠다. 저소득층을 위해 세금을 감면하거나 면세할 필요가 있다. 부유층에 대한 과세 특히 소득파악이 제대로 안 되는 고소득층에는 세금을 강화할 것이다.

서민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

나는 서민, 비서민 또는 귀족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는 좋지 않다고 본다. 다만 사회나 국가 안에는 잘사는 사람과 못사는 사람의 구분, 정부나 국가가 관심 갖고 보살펴야 할 저소득층도 생기게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정부가 중산층 이하의 어려운 사람에 관심 갖고 배려하며, 사회복지 차원에서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다. 민주사회에서는 잘사는 사람이 하루 아침에 못사는 사람으로 전락할 수 있다. 또 기회는 항상 열려 있으니 지금 어렵게 살아도 잘사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이것을 사회계급적으로 이분화해 서민 대 비서민 내지 귀족이다, 이런 식의 개념으로 몰고 가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회적 이동성이 점점 줄어들고 계층 고착화 현상도 뚜렷해지고 있는데.

나는 이 정권의 잘못이 크다고 본다. 우선 경제적으로 빈부격차가 굉장히 벌어졌다. 처음부터 서민정권이니 뭐니 하면서도 실제 경제정책이나 국정을 펴는 데서는 빈부격차를 더 벌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른바 ‘20 대 80’이 ‘10 대 90’이 됐다. 중산층이 몰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대로 흘러 고착화되면 정말 큰일이다. 정부가 아무리 새로운 개혁정책을 펼치려 해도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게 된다. 하루빨리 이러한 것을 깨뜨리고 개선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지속적인 성장과 일자리 창출, 따뜻한 복지, 삼위일체의 정책을 주장하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좌파

사진/ "'조선일보는 반드시 이회창을 지지한다, 이회창은 미국 쪽에 유리한 발언만 한다'는 그런 고정관념을 안 가졌으면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약자를 배려하고 평등을 추구하는 것이 좌파의 이념이다. 그런 쪽으로 정책을 취하면서도, 상대에게는 좌파적이라고 공격하는 것은 모순된 태도가 아닌가.

나는 좌파적이라는 것을 그렇게 보지 않는다. 지금 말한 사회복지에 대한 관심, 저소득층과 못사는 사람에 대해 각별한 배려와 정책을 펼치는 것은 진보적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는 있다. 나와 우리 당의 기조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그 바탕이 된 개인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는 것이다. 이것은 국가의 기본 방향이다. 이 가치를 유지보수한다는 점에서는 보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바탕 위에서 새로운 혁신과 개혁을 주장한다. 동시에 아주 합리적인 진보도 같이 가야 한다. 보다시피 우리 당은 보수와 진보가 아울러 가고 있기 때문에 스펙트럼이 아주 넓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 당이 사회·복지·환경 등에 진보적 입장을 취하는 게 전혀 모순되는 일은 아니다.

노무현 민주당 후보 쪽은 이 후보와의 텔레비전 맞토론을 앞으로 제의하겠다고 한다. 이 후보 쪽에서 먼저 제의할 생각은 없나.

앞으로 실컷 하게 될 것이다.

맞토론을 먼저 제의할 생각이 없느냐는 것이다.

글쎄, 텔레비전 토론이야 얼마든지 기회가 있다.

이 후보가 법과 원칙을 강조하며 족적도 남겼지만 미국의 대북 강경정책과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한 조선일보의 공세에는 전혀 비판적인 말이 없었던 것 같다. 문제가 있는 태도 아닌가.

어떤 면이 그렇다는 것인가?

미국이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한 것은 심했다든지, 조선일보가 세무조사를 언론탄압이라고 외칠 때 받을 것은 받으라는 유보적 문제제기라도 했어야 한 것 아닌가.

그런가? 나는 아주 균형 있는 입장을 취해왔다고 생각한다. 나도 할 소리는 한다. (그는 이 부분에 대한 자신의 본뜻이 잘못 이해되고 있다는 듯 강한 어조로 길게 설명을 이어갔다.)

우리는 부시 행정부 등장 이전부터 우리 당이 주장했던 대북정책 기조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가 상당부분 우리와 공통성 있는 정책을 펼치기 때문에 같다는 얘기가 나올 뿐이다. 지난번 부시 대통령 발언에 대해서도 국가 지도자가 한 말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트집잡는 것보다, 나는 원칙적인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한반도에서 대량살상무기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 한국의 직접적인 문제다. 왜 휴전선에 170만명이 넘는 병력이 대치하고 있나? 대량살상무기, 대포동 미사일, 생화학 무기는 곧바로 우리 자신의 안전과도 관련된 문제다. 미국은 반테러 전쟁의 관점에서 북한에 대해 이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강경하게 요구한다. 그 강경발언이 지금 문제된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때 이렇게 말했다. 대량살상무기 해소는 우리 한반도의 문제이므로 북한이 적극적으로 나와야 한다. 그 대신 대화로 풀어야 하고 미국도 대화로 풀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라. 우리 정부에도 대화로 푸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했다. 내 말은 부시 방한 때 한·미 정상 간 합의 내용과도 거의 같다.

노무현 후보 칭찬? 글쎄…

사진/ 이명박(오른쪽) 서울시장 후보와 서울 명동에서의 거리유세. 이회창 후보는 "지금 국민은 안정되고 성숙하고 신뢰할 수 있는 지도력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당시 내 말을 잘 봐라. 정당한 법에 따른 세무조사는 반대가 아니라 좋다고 했다. 탈세조사를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어느 누가 그것을 거부할 명분이나 성역이 있겠나? 다만 당시 조선일보만이 아니라 몇개 언론사 세무조사는 언론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됐고 조사의 방법과 시기도 정상적이지 못했다. 외형자산에 따라 5년에 한번씩 하기로 돼 있다는데, 그 방법에도 맞지 않았고 조사 인력도 아주 예외적으로 많은 수를 집중 투입했다. 기간도 길었다. 세무당국이 애초 발표한 탈세액은 어마어마한 금액인데 그 뒤 법원의 재판과정에서 굉장히 줄어든 것으로 듣고 있다. 이런 것은 정상적이고 공정한 세무조사를 벗어나 특정언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탄압적인 것 아닌가? 법을 이용한, 법절차를 도구로 한 기본권 침해는 절대 안 된다, 이게 내 생각이다.

이 후보가 법과 원칙을 말하지만 미국과 조선일보에는 NO라고 말하는 것을 못 봤다, 노라고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에이(크게 손사래를 치며) 보세요. 거…. 조선일보하고 나하고 얼마나 싸웠는지 아는가. 그 비하인드 스토리는 나중에 알 기회가 있을 것이다. 조선일보가 거 뭐냐. 저…. 이…. 저…. (그는 조선일보와 뭔가 사건이 있는 듯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은 말하지 않았다.) 내가 이 얘기는 안 하는 게 좋지. 허허. 객관적으로 조선일보 보도 태도를 보라. 반드시 나에게 호의적인가. 우리는 때때로 항의까지 하고 그러는데… 그 어떤 고정관념과 선입관도 가질 필요는 없다. 조선일보는 반드시 이회창을 지지한다, 이회창은 반드시 미국 쪽에 유리한 발언만 한다. 그런 고정관념은 안 가졌으면 한다.

노무현 민주당 후보에 대해 급진적이고 과격하다고 했는데, 싸움보다는 서로 칭찬하는 모습이 좋을 듯하다. 노 후보에 대해 칭찬 한마디만 해달라. 다음에 노 후보로부터 이 후보 칭찬을 들어보겠다.

글쎄, 다른 것보다 나는 노무현 후보를 잘 모른다. 법조계 출신이라지만 같이 근무한 적도 없기 때문에, 나는 사실 잘 모른다. 그런데 정말 민주당에서 별과 같이 나타나서 후보가 됐다. 이제 이른바 상대로서 겨루게 되겠지만 아주 공정하고 깨끗한 경쟁이 되기를 바란다.

관훈 토론회에서 6·15 남북공동선언 제2항에 대한 재검토 뜻을 밝힌 뒤 논란이 많다. 정확히 어떤 조건이 충족돼야 이 조항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가.

김 대통령은 2항은 북한이 고려연방제를 포기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북한은 오히려 남쪽이 자신들의 연방제를 수용한 것이기 때문에 연방제 통일의 기초가 닦였다고 연일 주장하고 있다. 이것은 예사로운 문제가 아니다. 남북연합과 연방제는 종착역이 서로 다른 두개의 기차와 같다. 우리의 남북연합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통일국가가 종착역이지만 북한의 낮은 연방제는 높은 단계의 연방제 즉 고려연방제가 종착역이다. 어떻게 남북연합과 낮은 단계의 연방제가 공통점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제2항은 당연히 짚어야 할 문제다. 이 문제를 지적하는데 반통일이나 수구로 몰아붙이는 것은 옳지 않다.

“인위적 정계개편할 생각 추호도 없다”

6·15 선언을 파기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올 수 있는데.

분명히 말하지만 6·15 공동선언의 기본 정신은 계속 살려나갈 것이다. 그러나 합의 사항에 대해 남과 북이 정반대 주장을 하고 있는 부분은 분명히 짚고 바로잡아 나가야 한다.

대선 공약집을 보면 시장에 대한 정부 간섭 최소화 의지를 분명히 했지만, 복지분야는 국가 개입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두 가지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성장과 분배는 경제발전 목표상 똑같이 중요한 양면이다. 성장 없는 분배는 기만이고, 분배 없는 성장은 정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성장 잠재력 확충, 좋은 일자리 대량창출, 복지제도 지속 가능성 확보가 삼위일체가 되어야 한다.

YS를 정치적으로 활용하지 않겠다면서도 공천 신청을 철회한 김혁규 지사를 경남지사로 공천하고, 최고위원 경선에서 서청원 의원을 1등으로 밀었다. 정치세력으로 YS를 인정하고 활용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내가 최고위원 경선에 개입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김혁규 지사의 공천 역시 어떠한 개입도 없었다. 여론조사 등을 볼 때 김 지사가 가장 경쟁력이 있고, 지역에서도 김 지사의 공천을 요청해왔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우리 현대사의 민주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신 분이다. 그것을 폄하하거나 부정해서는 안 된다. 개인적으로는 김영삼 전 대통령은 내가 정치에 입문하도록 길을 열어준 분이다. 나는 이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것은 김 전 대통령을 이용하거나 활용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일이다.

인위적인 정계개편론에 반대하며 ‘국민대통합론’을 외쳐왔다. 과거 야권통합론과 무엇이 다른가.

정파적 목적이나 정략적 이득을 위해 국민대통합을 제안한 게 아니다. 말 그대로 화합과 통합을 바탕으로 국정파탄의 책임이 있는 이 정권을 교체하자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가치를 분명히 하는 가운데 개혁과 개방, 발전의 길에 건전한 보수와 합리적 진보가 함께 손잡고 가자는 것이다.

최근 함석재 의원이 자민련을 탈당했다. 이 후보 쪽의 역정계개편 아닌가.

그렇지 않다. 우리 당이 독자적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 자민련 의원 빼내가기를 한 것은 아니냐는 기사가 있는 모양인데, 그런 식으로 무리를 해가면서 과반 의석을 확보할 의사는 없다. 다시 말하지만 인위적으로 정계개편을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5년 만의 재도전이다. 대선후보로 참신함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는데.

나는 지난 5년간 김대중 정권하에서 누구보다도 철저히 검증을 받았다. 평생 법과 원칙이 바로 선 나라, 개인의 존엄과 가치가 존중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살아왔다고 자부한다. 앞으로도 결코 사사로운 정에 연연하거나 정파의 이익에 매달리지 않고 국민을 위해 나 개인을 버릴 각오가 돼 있다. 국민은 일시적 바람에 의한 허상에 좌우되지 않는다.

대담 정영무 편집장 young@hani.co.kr

정리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사진 이용호 기자 y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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