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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나는야 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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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06-05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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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용호 기자)
기업이 잘 되려면 직원들과 사장 사이에 가로막힌 벽부터 깨야 한다. 번뜩이는 기술과 창의력 하나로 승부를 거는 벤처기업일수록 더욱 그렇다. 두꺼운 벽은 벤처의 생명인 모험정신을 해치기 때문이다. ‘열린 대화’니 ‘단합대회’니 하는 것도 사장과 직원이라는 ‘자리’가 만드는 벽을 허물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한 걸음 더 나아가 전 직원한테 돌아가며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맡겨보면 어떨까.

실제로 이런 파격을 단행한 벤처기업이 온라인게임 서비스업체인 (주)제이씨엔터테인먼트(대표 김양신)다. 이른바 ‘위클리 CEO’ 제도로, 직급에 관계 없이 직원이면 누구나 돌아가며 1주일씩 ‘주간사장’이 된다. 지난 4월 초부터 시작해 직원 10명이 사장자리를 거쳤다. 현실세계와 사이버공간의 벽을 허무는 게 온라인게임이란 점에서 이 회사의 위클리 CEO는 ‘또 다른 벽’을 깨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혹시 부부가 사장·부사장을 맡고 있는 회사라서 ‘순환사장’의 효과를 이미 터득한 것일까.

그러나 짧은 위클리 CEO라고 해서 ‘바지사장’에 그치지 않는다. 매주 월요일 열리는 팀장급 회의를 주재하는 등 진짜 임원진과 함께 경영에 참여한다. 이 회사 백일승 부사장(48)은 “직원들이 사장을 맡아보면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고 자기 역할이 뭔지를 분명히 알게 된다”며 “직원이 100여명이니까 한번씩 다 사장자리에 오르려면 2년쯤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사장 임기 동안 그 직원이 사장 봉급(주급)을 받는 건 아니다. 그래선지 처음에는 “사장니∼임” 하며 직원들이 농을 던졌으나 이제는 “주간사장님”이라고 깎듯이 대한다. 진짜 사장의 결재 옆에 주간사장의 사인이 빠져 있으면 일이 집행되지 않는 등 위클리 CEO가 사장 노릇을 톡톡히 하기 때문이다. “벤처기업이라 사람이 경쟁력인데 이직률이 무척 높아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젊은 직원들이 다들 ‘사장의 꿈’을 갖고 있습니다. 사장을 해보면 회사도 투명하게 보고, 자기 꿈도 펼칠 수 있잖아요.” 뭔가 불만이 많은 직원부터 주간사장 자리에 앉히는 건 이 때문이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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